[내 생각은 …] 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참석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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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영준
국방대 교수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10여 일에 걸친 김정일 장례식도 마쳤고,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직함에 더해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지위에도 추대됐다. 많은 전문가는 향후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과 당 총비서 자리도 차지해 순조롭게 권력승계 과정이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대남정책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혹자는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의 경제지원을 얻어내고, 개혁·개방 정책을 선택할 것이며, 대남 도발도 자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른 연구자들은 유훈통치를 하면서 핵개발을 지속하고, 대남 군사도발도 불사할 것이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강성국가 진입을 과시하기 위해 제3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한다.

 김정일 70주년 및 김일성 100주년 생일 행사가 예정된 올해 4월까지는 내부 체제 결속을 다지면서 도발적 대남정책을 자제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젊은 나이에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은 자신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경제, 군사, 외교 등의 분야에서 업적을 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를 옹위하는 당 간부, 관료, 군부 집단도 새로운 지도자의 공적을 개발하려 할 것이다. 경제나 외교 분야에서는 별다른 업적을 내기 어렵다. 군사적 도발로 젊은 통치자의 치적을 과시하려 할 수 있다. 특히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사이에 사이버 공격을 포함해 다양한 수단의 대남 도발이나 제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더욱 멀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가용한 외교·국방 수단을 활용해 북한의 도발을 미리 억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3월 한·미 키 리졸브 연합 군사훈련 때 미 제7함대의 동해 배치 훈련을 하는 등 최대한의 억제능력을 북한에 보일 필요가 있다. ‘적극적 억제’ 전략을 담고 있는 국방개혁 관련법안의 국회 통과도 억제능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 개방과 개혁을 유도하는 외교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김정일 사망 때 적극적 조문외교를 펼쳤다. 중국이 북한의 새 지도부나 군 지도자들을 초청해 중국식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면 유효할 것이다. 올해 3월 새로 선출되는 러시아 지도부와 협의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북한 지도부가 옵서버로라도 참가할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교정책이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에 의한 공세적 대남정책 가능성을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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