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사로잡은 젊은 록 '3도어스 다운·이브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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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힙합 등에 '청년문화 대변자'의 자리를 내준 록은 극한의 사운드, 타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대안을 찾는다. 그렇게 탄생한 하드코어는 콘,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 림프 비즈킷 등의 선전으로 지난세기 말부터 모던록 부분을 독식하다시피했고 최근 국내에서도 서태지의 컴백과 함께 가요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새천년 천편일률적인 강렬함과 얄팍한 허무주의에 지친 미국 젊은이들은 정통 록 사운드에 다시 환호하고 있다. 명료한 연주와 튀는 개성, 젊음을 앞세워 미국 록계를 강타한 '3 도어스 다운(3Doors Down)'과 '이브 6(Eve6)'의 음악을 통해 시대를 꿰뚫는 록의 매력을 느껴보자.

■ The Better Life/ 3Doors Down

Kryptonite
Loser

변변한 공연장 하나 없는 미국 남부의 외딴 마을 에스카타파(Escatawpa). 그룹에서 연주하고 싶었지만 열악한 환경 때문에 번번이 꿈을 접어야 했던 베이시스트 토드 해럴(Todd Harrell)은 애인의 남동생과 친구를 끌어들여 어렵게 자신의 팀을 완성한다.

길거리 깨진 간판조각의 문구에서 '3도어스 다운'이란 팀명을 정하고 동네 파티를 전전하던 이들은 1997년 첫 데모 CD 수록곡 '크립토나이트(Kryptonite)'가 지방 라디오 프로에서 록팬들의 열렬한 방송요청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승승장구 끝에 지난해 뉴욕 무대에까지 진출한 이들은 유니버설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를 통해 정식 데뷔작을 발표한다.

그리고 3도어스 다운의〈더 베터 라이프(The Better Life)〉는 빌보드 메인스트림록 차트와 모던록 차트에서 각각 12주·11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메가톤급 돌풍을 일으켰다. 80년대의 후반의 하드록을 연상시키는 '순박한' 록사운드의 이들이 하드코어 밴드들의 격전장이었던 모던록 차트에서 보인 선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더 베터 라이프〉는 이들의 척박한 음악적 토양을 그대로 드러내는 음반이다. 메탈리카, 크리드 등 과거 하드록 밴드를 철저하게 답습한 선율은 록 마니아들에겐 진부하고, 연주는 거칠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과 유행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순수 로큰롤'을 지향한 고집, 무대에서 보여준 꾸준한 정열과 에너지는 대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초기 멤버 토드 해럴, 브래드 아놀드(Brad Arnold. 드럼·보컬), 매트 로버츠(Matt Roberts.기타)외에 역시 동네 친구인 크리스 헨더슨(Chris Henders. 기타)의 4인조로 활동 중인 이들은 보컬을 맡은 아놀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 객원 드러머 리치와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수퍼맨의 고향에서 이름을 딴 타이틀 곡 '크립토나이트(Kryptonite)'는 앞서 설명한 대로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노래. 메탈리카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친숙한 연주 위로 흐르는 아놀드의 비감한 보컬이 일품이다. 변화로운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후속곡 '루저(Loser)' 역시 각 종 차트에서 전곡에 못 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 Horroscope/ Eve6

Promise
On The Roof Again

LA출신의 3인조 밴드 '이브6'는 록 그룹으로는 드물게 95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RCA와 전속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던 팀. 당장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열어도 모자람이 없을 잠재력으로 또 한 번 주목 받은 이들은 3년 뒤인 98년 듣기 편한 팝·펑크 사운드를 강조한 동명의 데뷔음반〈이브6〉로 플레티넘 히트(미국내 1백만장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다.

이들의 신작〈호러스코프(Horroscope)〉는 여전히 록의 밝은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음반. 팝의 아름다운 선율, 펑크의 경쾌한 속도감, 하드 록의 무게를 더한 연주는 단숨에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역시 빌보드 앨범·싱글 차트는 물론 록 관련 차트들의 상위권에 오르며 전작을 넘어서는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매력적인 보컬은 베이스 맥스 콜린스(Max Collins)의 목소리. 일찌감치 최고의 실력을 인정 받은 존 시벨스(Jon Siebels)의 기타와 토니 퍼젠슨(Tony Fagenson)의 드럼도 빈틈 없다.

타이틀곡 '프로미스(promise)'는 세상에 넘치는 헛된 '약속'과 '거짓'을 노래한 곡. 작사·작곡을 담당한 맥스의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온 더 루프 어게인(On The Roof Again)'은 절망에 빠진 젊은 이의 이야기를 강력한 기타 리프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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