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한국 여자단체 4연패

중앙일보

입력

김수녕이 호흡을 고르고 마지막 화살을 날렸다.

"나인(9점)!"

스코어 보드엔 2백51점과 2백39점이 나란히 새겨졌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갈채 속에 김수녕은 대표팀 후배 김남순.윤미진을 얼싸 안았다.

21일 시드니 양궁경기장에는 또다시 태극기가 드높이 휘날렸다.

"지원아.정훈아, 엄마가 금메달 땄어!" 김수녕은 여섯살짜리 딸과 두살배기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목이 메었다. 올림픽에 첫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 김남순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고 개인전에 이어 2관왕에 오른 막내 윤미진은 빙글빙글 웃기만 했다.

우크라이나와의 단체전 결승전. 선수당 세발씩 9발을 쏘는 1엔드의 선봉장은 김수녕이었다.

김수녕이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기며 9, 9, 10점을 기록하자 우크라이나의 버데이나는 10, 8, 9점으로 응수했다.

윤미진과 김남순은 잇따라 9점과 골드를 꿰뚫으며 상대 사기를 꺾었다.

우크라이나는 첫 아홉발을 쏠 때까지 85 - 84 1점차로 따라 붙었지만 2엔드에서 1백67 - 1백63으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마지막 3엔드에서도 김남순과 윤미진이 잇따라 10점을 쏘며 점수차를 벌렸고, 김수녕의 마지막 세발 중 두번째 화살이 8점에 꽂히면서 금메달은 결정됐다.

김수녕은 경기 도중 김남순의 등을 토닥이며 침착할 것을 당부했고 언니들의 호위를 받으며 2번 주자로 나선 윤미진은 어린 나이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한국은 선수당 아홉발씩 쏘는 8강.4강.결승전에서 마지막 세발을 제외하고는 김수녕-윤미진-김남순 순으로 사선에 나섰다.

노련한 김수녕이 기선을 제압한 뒤 '겁없는 막내' 윤미진이 뒤를 받치고 대담한 김남순이 마무리하는 작전이었다.

단 상대방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경우를 대비해 마지막 세발을 쏠 때는 김남순-윤미진이 먼저 쏜 뒤 김수녕이 마무리를 맡았다.

국내에서 여러가지 순서로 1백차례 이상 쏘아본 뒤 결정한 용병술이었다.

한편 장영술 감독은 "마지막 한발까지 집중력을 잃지 말도록 당부했다" 며 "8강.4강.결승전을 치르면서 단 한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은 선수들이 대견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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