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애민’은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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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통분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不愛君憂國 非詩也, 不傷時憤俗 非詩也).’ (다산 정약용 ‘작시론’ 중)

 200여 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에도 시대를 아파하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목소리는 현재진행형이다. 박석무(71·사진)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이런 다산의 목소리에 생명을 불어넣고 오늘의 옷을 입히는 사람이다. e-메일 등으로 다산의 철학과 사상을 소개하는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가 6일 700회를 맞는다. 2004년 6월 연재를 시작한 뒤 꼬박 9년째다. 이 칼럼을 받아보는 독자만 35만~40만 명이나 된다.

 그에게 ‘다산 풀어쓰기’는 다산을 통한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든다) 작업이다. 그는 “다산은 어느 유학자보다 근대와 가까운 학자”라며 “현실 논리에 가장 근접한 데다 저서가 많고 내용도 풍부해 고전을 알리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700회에 이르는 연재 기간 동안 겹치는 내용이 없다는 것은 다산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다산의 사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그는 인본주의(휴머니즘)를 꼽았다. “『목민심서』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애민(愛民)에서 ‘민(民)’은 요즘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사랑하는 국민’과 같은 것이 아니에요. 세상에서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 요즘 용어로 하면 사회적 약자죠. 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신이기도 합니다.”

 빈부격차와 양극화 등을 원론적으로 비판하며 균등과 평등을 부르짖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봉건적 논리에서 벗어났던 다산은 민주주의자는 아니지만 ‘민주적 사고’를 했던 인물. 때문에 다산에서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한 혜안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온갖 병통(病痛)은 지도자가 율기(律己)가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율기는 스스로 통제하고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율기를 가능케 하는 것이 인문학적 소양이고 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고전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전해주는 다산의 이야기를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 “내가 기력이 달리면 몰라도 다산의 논리는 마르지 않는 만큼 계속 연재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500여 권에 이르는 다산의 저서와 2500수에 이르는 시만 따져도 풀어낼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는 말이다.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는 다산전기를 준비하고 있다. 연대기적 서술보다는 사상적인 측면을 조명하는 데 무게를 뒀다. 그는 1972년 다산의 법사상을 주제로 전남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40여 년간 이어진 다산 탐구를 이렇게 말했다.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을 발견하는 것이 늘 새롭다. 할수록 더 재미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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