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함박웃음 유재학 감독, 지훈이가 돌아온대요 … 훈련 모습 보니, 옳거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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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농구 모비스의 유재학(49) 감독은 프로농구 개막 전 “한 라운드(9경기)당 4승이 목표”라고 했다. 정규리그 최다승(373승) 감독의 목표로는 소박(?)했다. 하지만 ‘만수’(萬數)라는 별명답게 유 감독은 2월 3일 이후 반전을 노리고 있다. 3일은 2009~2010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MVP였던 함지훈(28)이 전역하는 날이다. 함지훈은 4일 오리온스와의 경기부터 출전한다. 함지훈과 유 감독을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시 모비스체육관에서 만났다.

 함지훈은 중앙대 재학 당시만 해도 윤호영(동부)·강병현(KCC) 등에게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학 3학년 때 다친 발목 영향도 컸다. 김태술(SK)·양희종(KGC)·박상오(KT) 등이 나와 황금 드래프트로 불린 2007년. 함지훈은 1라운드 10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됐다. 유 감독은 “지훈이는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지훈이가 가진 것을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함지훈은 “1라운드 지명이 목표였다. 모비스에 지명돼 정말 기뻤었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左), 함지훈(右)

 다소 게을렀던 그는 유 감독의 맹훈련을 소화하며 성실한 선수로 바뀌어갔다. 함지훈은 “감독님 때문에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골밑을 장악하기에는 크지 않은 함지훈(1m98㎝)에게 강력한 무기인 훅슛을 연마하게 한 이도 유 감독이었다. 2009~2010시즌 경기당 14.8점 6.9리바운드를 기록한 함지훈은 모비스에 통합우승을 안겨주고 상무에 입대했다.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됐다. 당시 대표팀도 유재학 감독이 맡고 있었다. 함지훈은 “감독님은 우승, MVP, 국가대표까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신 분이다. 감독님 덕에 농구에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유 감독은 함지훈이 ‘단비’ 같다고 했다. 함지훈이 없는 모비스는 지난 시즌 8위로 추락했고, 올 시즌 1일 현재 6위(18승24패)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선두 동부의 강동희 감독은 “함지훈이 들어오면 모비스는 단숨에 우승 후보로 변신한다”고 경계했다. 모비스 주장 양동근은 “어우, 지훈이 오면 최고죠. 팀 내에서 제일 믿음직스러워요.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어요”라며 들떠 있었다.

 함지훈은 힘이 좋고 골밑 공격은 국내 포워드 중 최고다. 1대1로 경기를 풀어갈 능력도 갖췄다. 모비스의 약점인 골밑 수비도 함지훈이 메운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이제 마음껏 슛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열세를 보인 KGC(2위)·KCC(4위)와도 할 만하다”고 했다.

 함지훈은 “양 어깨에 여러 개의 돌덩어리가 놓여 있는 것 같다”며 압박감을 토로했다. 하지만 자신감을 보였다. 약점으로 지적받은 중거리 슛 정확도를 높여서다. 함지훈은 “군대에서 감독님께 안부 전화하면 첫마디가 ‘슛 연습 많이 하고 있느냐’였다”고 말했다.

 유 감독이 “지훈아, 빨리 적응해서 예전같이 팀의 중심이 되라”고 하자, 함지훈은 “저를 믿고 계신 만큼 기대에 부응할게요. 평생 살면서 이루지 못할 것을 갖게 해 주셨으니까요”라며 웃었다. 함지훈은 아껴 놓은 휴가를 1월에만 세 번 사용해 팀 훈련에 합류했다.

글=이형석,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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