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영진·이사회 분리" 목청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 50년 만에 대대적인 상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제잡지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에 따르면 핵심 개정 내용은 기업의 대표이사제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재계 관계자들과 이에 대해 논의한 결과 "대표이사제가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걸림돌" 이란 의견이 많자 법을 고쳐 2002년 정기 국회에 개정안을 내기로 했다.

1950년 개정된 현행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최고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를 감독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상법은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최고직을 겸하는 것도 허용, 실제로 이사회의 감독기능이 유명무실한데다 이사회의 인사권을 쥔 대표이사가 독재권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올들어 소고백화점 부도.미쓰비시자동차 결함 은폐 등 기업 사고가 많은 데에는 이같은 제도상의 결함이 한몫했다는 것이 개정론자들의 주장이다.

이 잡지는 "이 제도는 일본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외국 자금의 투자유치에도 큰 장애가 된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니는 지난 6월 경영.감독을 분리하는 쪽으로 이사회를 개혁하기도 했다.

상법이 개정되면 경영진과 이사회가 완전 분리되고, 경영진 대표가 회사 운영을 책임지는 미국식 최고경영자(CEO)제도가 도입된다.

현재와 같이 대표이사 겸 경영책임자가 이사진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가 경영책임자를 선임하는 쪽으로 역학구도가 변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기업에 대한 이사의 재산책임 범위를 현행 '무한' 에서 '유한' 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책임부담이 적어지면 사외이사로 활동하려는 외부인사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현재는 증권거래법에 따라 주식변동 상황만 공개하고 있지만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법안에 공개회사규정을 추가시켜 의사결정 과정도 공개토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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