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학습부적응·자살…감성교육으로 청소년 문제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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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미 강사(왼쪽)와 김대헌 교사가 학교폭력과 교우관계를 다룬 감성교육용 동영상을 보여주며 포즈를 취했다. [김진원 기자]

감성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청소년들의 학교부적응·학교폭력·자살 등이 사회문제가 되면서부터다. 요즘 청소년들이 핵가족에서 외동으로 자란 데다 성공지상주의와 학벌경쟁 분위기에 떠밀려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교사들은 보고 있다. 자아를 돌아보지 못하고 가족·친구들과의 정서적 교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를 예방하는 한 방법으로 일부 교사들 사이에 따뜻한 내용의 단편 동영상을 시청해 학생들의 감성을 일깨우는 수업이 번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삶과 감정, 행복의 가치관 등을 다룬 감동적인 영상을 보면서 잊었던 자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수업이다.

5년 전 이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고 있는 홍영미 감성교육교원연수 강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시청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고, 친구들과 느낌(시청 소감)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공감하는 능력과 원활한 교우관계가 형성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EBS에서 방영한 한 실험에서 착안됐다. 어려운 이웃들이 사는 비디오를 시청한 학급에서, 시청하지 않은 학급보다 불우이웃돕기 모금액이 더 많았다는 내용이다. 홍 강사는 “학생들이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상물은 TV·영화·인터넷에서 방영된 영상물 중 교육적 가치가 담긴 일부 장면을 발췌해 만든다. 영상물의 주제는 가족애, 우정, 꿈과 희망, 사랑과 용서, 행복, 나눔과 배려, 용기와 극복 등으로 구성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시청 시간은 3~5분 정도. 영상을 본 뒤 5~10분 동안 소감문 쓰기, 친구와 토의하기, 관련 질문에 대답하기, 행복지수 테스트 보기 등의 활동을 한다. 영상 내용(다른 사람의 삶)을 자신에게 투영하는 시간이다.

홍 강사는 “소감문 작성이 또 다른 학습적 강압이 안 되도록 분량이나 형식에 제한 없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상 징후 예방하니 중도탈락 감소

경기도 안양 근명중 김대헌 교사는 2007년부터 감성교육을 아침 독서시간이나 조례시간에 활용한다. “감동을 마음에 품고 하루를 시작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담을 갖지 않도록 소감문 작성은 하지 않는다. 김 교사는 “아침에 영상을 보고 나면 학생들 사이엔 하루 종일 영상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고 말했다. “예전엔 전날 본 자극적인 인터넷 영상이나 게임에 대한 얘기가 다였다”며 “이를 모방하려고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학생에게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경우 상담을 하고 학부모에게도 알려 예방활동을 한다.

충남 예산 삽교고 유영석 교사는 감성교육을 작문시간과 교내 학생활동에 활용했다. 시행 첫해인 2010년엔 고3에게 감성교육을 했다. 수능시험 공부하기도 바쁜데 쓸데없는 짓이라며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이 높아졌다. 영상의 감동이 학습동기가 된 셈이다.

지난해엔 1학년에게 감성교육을 실시해 전학·봉사·퇴학·자퇴·등교정지 등 징계와 중도탈락이 줄어드는 성과도 올렸다. 유 교사는 “징계 건수가 감성교육을 하지 않은 학급은 95건에 이르는 반면 소감문까지 쓰도록 감성교육을 한 학급은 4건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소감문을 쓰지 않고 시청만 한 학급은 22건으로 집계됐다. 그는 “이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감성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감성교육=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골맨(D. Goleman)이 제창한 감성지능(EQ)을 향상시키는 훈련. 감성지능의 요소로는 자기 감정을 이해·존중·조절하는 능력, 자신의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능력,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 타인과 협력하는 사회적 능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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