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문재인에 밀린 손학규 "굉장히 아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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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권토중래(捲土重來)’. 땅을 말아 올릴 기세로 다시 쳐들어 온다는 의미다. 요즘 이 말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정치인을 꼽으라면 누구보다도 손학규 민주통합당 고문이 첫째일 것이다.

 그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분당을 재·보궐 승리에 힘입어 대선 주자 지지율 14%(리얼미터 4월 28일 기준 13.5%)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실시한 같은 조사에선 지지율이 4분의 1토막(3.7%) 났다.

지난해 야권 대선후보 1위였던 그는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부상으로 대선 주자 ‘빅3(박근혜·안철수·문재인)’에서 밀려났다. 측근들에 따르면 손 고문은 최근 이런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조로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 그는 여론에서 야권의 ‘투톱’으로 안 원장과 문 이사장을 견주는 것과 관련해 “굉장히 아픈 부분이다. 지지율이 1~2%대였을 때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손 고문이 이대로 군소 후보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막상 당내에서 문 이사장과 1대1 구도가 되면 경험과 경륜을 내세워 중도·보수층의 표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도 “문 이사장과 맞붙었을 때 비(非)노무현계와 수도권·호남 세력을 흡수할 수 있고, 안 원장과 견줬을 땐 검증된 후보라는 점에서 새롭게 조명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은 ‘일시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손 고문이 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을 모두 주도한 점과, 분당을에서 승리했던 공로는 야당의 전통적 지지층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손 고문 측이 겨냥하는 부분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의 한 핵심 참모는 “안 원장과 문 이사장이 갖지 못한 관료·행정·정치 경험을 내세워 누가 수권능력을 갖춘, 준비된 후보인지를 겨룬다면 손 고문에게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총선 이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후보들에게 정책·경륜 등의 측면에서 다각적인 검증이 본격화되면 손 고문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손 고문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민주당 대표를 두 번(2008년·2010년) 맡았다.

 현재 참모진은 손 고문에게 “실력을 쌓으며 기다리면 반드시 필요로 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성급히 언론에 나오기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자는 얘기다.

총선에 출마해 ‘어게인 분당을’ 같은 이벤트를 보여주는 대신 전국 유세를 통해 대선으로 직진하는 코스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손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중 경제론』과 같은 『손학규 경제론』을 집필 중이다. 또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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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제18대)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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