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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5성급 호텔 스타 셰프들 ‘김치 열공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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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뉴욕 5성급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의 총주방장 토니 로버트슨(왼쪽)이 이영선 셰프(오른쪽)가 배추에 소금을 뿌리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하나요?”

 “글쎄요. 손맛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5성급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 주방의 분위기는 진지했다. 이 호텔 주방장 토니 로버트슨을 비롯한 9명의 요리사는 김치 담는 법을 배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만다린 오리엔탈은 센트럴파크와 허드슨강, 맨해튼 스카이라인 등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급 호텔.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뉴욕을 방문할 때 자주 이용한다. 행사에서 김치를 담그는 시연은 최근 백악관 행사 등에서 한국 요리를 선보인 이영선 셰프가 맡았다. 그는 이날 배추김치, 오이김치, 맛김치, 백김치 등 네 가지 종류의 김치 담그는 법을 시연했다.

 로버트슨 총주방장은 “연회장 요리에 김치를 넣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워낙 좋아 아예 김치를 직접 담기로 했다”며 “배추에 소금과 양념·마늘·고추를 적당히 버무리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뉴욕에서 한식은 매우 핫(hot)하고 스타일리시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특히 김치는 뉴욕에서 뜨는 요리로 셰프라면 누구나 배우고 싶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얀마 출신인 그는 한식에 남달리 관심이 많다. 지난해엔 한국 수산물 홍보 행사에서 멍게와 해삼을 직접 다듬고 현지인들에게 초장에 찍어 먹는 법을 전파하기도 했다.

 김치 만드는 과정이 시연되자 로버트슨을 비롯한 요리사들의 눈길도 바빠졌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요리사 패트릭 지오니니는 “김치에 마늘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니 한국엔 뱀파이어가 없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자 시연을 하던 이영선 세프는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퍼졌을 때 한국에서는 김치 때문에 예방이 됐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 마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무라도 일본 토양엔 석회석 성분이 많아 물이 많은 반면 한국 땅엔 철분이 많아 아삭하고 매운 맛이 강하다”며 “총각김치는 혀를 아리게 하는 한국 무로 담아야 제 맛”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타운에서 삼겹살을 즐겨 먹는다는 로버트슨 총주방장은 “뉴욕 사람들이 이탈리아·프랑스·일본 요리는 이미 충분히 맛을 봐 식상해하고 있다”며 “한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요리는 기본을 배운 다음 응용하는 게 중요한 데 오늘 배운 김치에 배나 사과를 넣어 약간 서양식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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