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나라당 공천위, 4년 전 악몽 기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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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11 총선 공천작업을 담당할 한나라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가 발족했다. 대검 감찰부장을 지낸 정홍원 위원장, 서울대 법대학장인 정종섭 부위원장을 비롯해 11명 중 8명이 외부인사다. 당은 특별히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해 “강직” “소신 있고 꼿꼿한”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당이 무엇보다 공정성을 깊이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4년 전인 2008년 총선 때도 당은 외부인사 다수가 참여하는 공심위를 꾸렸다. 특히 위원장은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이 맡았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당은 엄정성의 상징으로 그를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공심위는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친이명박계 핵심인사들의 외부 입김에 크게 흔들렸다. 친박근혜계가 대거 탈락했다. 의정활동이 우수한데도 반대파라는 이유로 배제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공천 학살’로 불리는 사건이다. 이 공천파동 이후 계파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박근혜파는 정권 내내 국정협조를 거부했다. 이 갈등은 중간선거 패배와 국정실패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결과적으로 ‘안강민 공심위’는 역대 최악의 공천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번에도 공천 갈등의 조짐이 있다. 비대위는 출범하자마자 공정한 제도로 공천에 접근하기보다는 ‘인치(人治)’적인 인적 쇄신 공세를 펴고 있다. 이런저런 비대위원들이 나서서 친이계를 향해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인 공세는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 갈등만 일으킬 것이다.

 공천은 정당의 핵심사업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도와 공추위를 운용해야 탈락자들이 승복한다. 구태의 인물을 탈락시키고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는 일도 철저하게 객관적인 평가제도에 따라야 한다. 공정과 객관이라는 공추위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은 한나라당 비대위의 임무다.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한 친박계는 2008년 자신들이 당했던 교훈을 상기하고 당 내외의 요구를 수렴해 공천 불개입의 선을 지켜야 한다. 정강·정책을 아무리 바꿔도 공천에서 실패하면 한나라당의 변신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