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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사업에 세입자 참여 추진 … 법개정·재원 해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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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30일 서울시청에서 ‘뉴타운 수습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은 못 찾았다. 하지만 뉴타운과 재개발의 아픔이 사라지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 ‘뉴타운·정비사업 신(新)정책 구상’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 박 시장은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정책을 소유자가 아닌 거주자 중심으로, 사업성과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닌 공동체·마을만들기로 중심축을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취임 직후 뉴타운 사업이 공동체 파괴와 원주민의 주거 불안 등 부작용을 초래해 왔다는 이유로 재검토 방침을 밝혀 온 이후 100일 만에 내놓은 뉴타운 ‘출구 전략’인 셈이다. 우선 초기 단계의 상당수 뉴타운·재개발 구역이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서울시는 1300개의 뉴타운·정비사업 구역 중 아직 사업 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610곳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인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실장은 “이 가운데 추진 주체가 있는 293곳에 대해서는 연내 실태 조사까지만 진행하지만, 추진 주체가 없는 317곳에 대해서는 연내 해제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몰제도 적용된다.

서울시는 추진 단계별로 2∼3년가량의 일몰기간을 정해 이 기간 안에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구청장이 뉴타운·재개발 지정을 취소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정비사업이 시행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는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받는 등 세입자 주거권도 보장된다.

하지만 이번 발표만으로 실타래처럼 이해관계가 얽힌 뉴타운 문제가 정리될지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우선 이번 방안은 주요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 ‘반쪽짜리’ 구상이다. 박 시장의 생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재개발 과정에 세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법 개정과 매몰 비용에 대한 정부의 재원 분담이 필수적이다. 박 시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국토해양부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세입자들의 권리를 강화한다면서도 정작 의결권을 가진 토지 소유자들을 설득할 방안이 없는 것도 한계다.

 당장 이번 4·11총선에서도 뉴타운 문제는 핵심 쟁점이 될 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 뉴타운 덕을 봤던 현직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야당 후보들이 이 문제를 주요 공격 소재로 삼을 것”이라며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 의원들은 뉴타운 취소를 막아내겠다며 역공을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시작된 뉴타운 정책은 당시 김병일 지역균형발전추진단장(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핵심참모 역할을 했으며, 이후 당시 뉴타운사업본부장이던 최창식 현 중구청장이 주도해 왔다. 최 중구청장은 “주민들이 원하는 곳만 지정취소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재산권을 가진 소유자가 아니라 사실상 세입자 의견대로 한다는 것은 서울시가 재개발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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