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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회비 해결 법안 국회서 4년째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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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4년 전에 국공립대의 기성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최근까지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기성회비 반환소송 같은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년 전인 2008년 11월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안병만 당시 교과부 장관은 법안 제출 당시 “국립대 재정·회계 운영의 자율성·효율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국고회계인 기성회 회계와 국고회계를 통합 운영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선 국공립대 회계가 수업료와 기성회비로 분리돼 있다. 수업료는 국고로 들어가지만 기성회비는 대학이 관리한다. 이렇다 보니 국공립대는 등록금의 80% 이상을 기성회비로 받았고 이를 시설 확충 대신 교직원 인건비 등에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본지 1월 30일자 6면>

 법안은 공청회를 거쳐 2009년 4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내 법안소위(당시 위원장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에 회부됐다. 그러나 여태껏 한 번도 논의되지 않고 계속 ‘계류’ 중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성회비의 문제점에 대해선 정치권이 오히려 국정감사에서 여러 번 질타했다”며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국립대 재정법에 반대해 온 교수노조와 대학노조의 눈치를 봐 손을 놓고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교수노조와 대학노조에서는 “국립대 재정법이 시행되면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고, 교수와 교직원들의 고용이 불안해진다”며 반발해 왔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6월 안민석 당시 민주당 의원은 “법안에 기성회계 직원의 고용 승계가 빠져 있다”며 법안 폐기 청원을 내기도 했다. 전국 52개 국공립대의 기성회계 직원은 지난해 말 현재 2337명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춘진(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기성회계에 대해 국감 때 많이 지적했는데, 정부가 한 일이 뭐냐”고 오히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기성회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법안을 꼭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의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새 52개 국공립대에서 기성회비는 한결같이 인상됐다. 교과부 담당자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이 제때 통과만 됐더라도 기성회비 반환소송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시윤·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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