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엄마' 자스민, 박근혜 낙점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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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의대에 다니다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갖게 된 자스민씨. [중앙포토]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완득이 엄마’ 이자스민(35)씨와 마주쳤다. 지난 6일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 시상식에서다. 지난해 관객 530만 명을 동원한 영화 ‘완득이’에서 주인공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자스민씨는 여성신문사 주최의 이날 행사에서 여성지도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었다. 이날의 조우가 정치적 인연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자스민씨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29일 “비상대책위원회 인재영입분과위원회에서 이주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비례대표 후보로 자스민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도 당시 시상식에서 마주친 자스민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호감을 나타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시 외국인 공무원 1호’인 그는 시청 외국인생활지원과에서 센터네트워크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의대를 다녔고 지역 미인대회에서 입상한 경력도 있다. 1995년 한국인 항해사와 결혼한 뒤 98년 귀화했다. 이후 이주여성들이 만든 첫 봉사단체인 ‘물방울 나눔회’를 조직해 이주여성의 대변자 역할을 했고 다큐멘터리 번역, 영화·방송 출연, 외국인 대상 한국어 강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해 총 관객 530만 명을 넘긴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 엄마로 출연했을 때의 자스민씨 모습.

 지난해 연말 KBS 감동대상(한울타리상)도 수상했으며, 영화 ‘의형제’에도 출연했다. 한나라당 인재영입분과위는 ‘코리안 드림’을 일구고 있는 자스민씨가 박 위원장이 원하는 새로운 인물상과 맞는다고 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최근 ‘감동 인물’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28일 미니홈피에 “쇄신이 되고 시스템이 훌륭해도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며 “각 지역과 각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을 소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20년 후면 10가구 중 1가구는 다문화 가정이 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당의 관심이 너무 적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나라당의 영입 움직임에 대해 자스민씨는 “제도가 삶을 바꾸고, 정치가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면 누가 정치를 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며 “한국인 자스민으로서 이주여성의 자녀들과 원래 한국인의 자녀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아무 것도 결정된 건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의 ‘상처’ 때문이다. 당시에도 한나라당 영입위원회(위원장 남경필)는 “자스민씨를 광역 비례대표의원 후보로 영입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최종 명단에 그의 이름은 빠졌다. 자스민씨에겐 왜 누락됐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당시 자스민씨는 방송활동을 하다가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오면서 방송 출연에 지장을 겪었다. 지금은 ‘박원순의 서울시’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있다. 정치 참여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두 아이의 가장이기도 하다. 자스민씨는 2010년 여름 남편을 잃었다. 피서지에서 물에 빠진 딸을 구하려다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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