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간판 15년 만에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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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간판이 내려진다. 1997년 11월 21일 이회창 총재의 신한국당과 조순 총재가 이끌던 민주당(이른바 ‘꼬마 민주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지 15년 만이다. 한나라당은 현존하는 정당으론 가장 오래됐고, 공화당(17년8개월)에 이어 둘째로 장수하고 있는 정당이다.

 하지만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당명을 바꾸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19~20일 전국 당협위원장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결정적이었다.

 설문에서 당명 개정에 찬성하는 의견은 50%에 달했다. 주로 수도권과 원외 인사들이 개정 의견을 냈다. 반면 기존 당명을 유지하자는 쪽은 38%였다. 당명 개정에 소극적이었던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이를 따랐다.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한나라당이란 이름은 좋았지만 당을 탄생만 시키고 잘 키우지 못해 결국 패륜아로 만들었다”고 자조했다.

 새 당명은 국민공모 방식으로 만들기로 했다. 27~29일 아이디어를 접수한 뒤 카피라이터 출신의 조 본부장과 외부 전문가가 후보군을 압축해 당명을 지을 계획이다. 이를 비대위가 30일 의결하고 다음 달 3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통과하면 새로운 이름의 정당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등의 광고 카피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런 만큼 기존의 한나라당 이미지를 확 바꿀 수 있는 당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명과 함께 당을 상징하는 로고와 색깔도 바뀌게 될 전망이다.

 다만 비대위는 중앙당 구조를 ‘미국식 전국위원회’ 중심 체제로 바꾸고 당 대표와 최고위를 폐지하는 문제에 대해선 4·11 총선 이후로 결정을 유보했다. 박근혜 위원장이 회의에서 “개혁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 부분은 워낙 크고 (당의) 근간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당 쇄신파와 이상돈 비대위원 등이 당 대표제 폐지를 공론화하는 것에 제동을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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