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만족시키면 돈은 따라와 … 구글 신뢰 잃는 일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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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염동훈 구글코리아 대표. 그는 “구글이 ‘빅브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기우”라고 말했다. 1973년 한국에서 태어난 염 대표는 8세 때 도미해 MIT를 졸업하고 2007년 구글에 입사했다.

“2084년 구글은 빅브러더가 된다.”

2005년 뉴욕 타임스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패러디해 미래의 구글을 정보를 독점한 부도덕한 권력으로 풍자했다. 2084년 구글의 가상 홈페이지를 싣고, 이때가 되면 사용자의 과거와 현재, 심지어 미래까지도 구글이 보여줄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동안 잠잠해졌던 구글의 ‘빅브러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구글이 3월부터 검색·지메일·동영상(유튜브)·소셜네트워크서비스(구글플러스) 등에서 수집하는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구글의 입장과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해 76세인 아버지가 지난해 말 ‘e-메일을 확인할 때마다 PC를 켜는 것이 불편하다’며 스마트폰을 구입하시더니 지금은 저보다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놓고 쓰십니다.”

 염동훈(39) 구글코리아 사장은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000만 명을 넘어선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올해 말까지 3500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구글은 검색은 물론, 지메일·캘린더·유튜브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거기에 광고를 실어 돈을 번다. PC에 이어 모바일 플랫폼에 진출하기 위해 2005년부터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들어 공개했다. 최근 개인정보 통합 논란과 관련해 염 대표는 “구글은 사용자와의 신뢰가 무너지면 끝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일부의 우려처럼 ‘빅브러더’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구글은 모바일 세상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이미 2010년부터 ‘모바일 우선(Mobile First)’ 정책을 펴고 있다. 어떤 서비스를 개발할 때 PC보다 모바일을 먼저 염두에 두고 개발한다는 것이다. 길에서 낯선 자동차를 보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LTE처럼 빠른 무선망을 갖춘 한국에서는 다양한 동영상 콘텐트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튜브의 경우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바일로 보는 양이 PC보다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모바일에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는데.

 “국내 PC 시장에서 구글은 후발주자였고, 솔직히 잘 못했다. 국내 포털사들이 워낙 잘해 왔다. 하지만 한 틀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모바일에서는 다르다. 스마트폰 첫 화면이 포털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모두 구글 서비스만 쓸 필요는 없다. 경쟁을 통해 사용자가 좋은 서비스를 선택하면 된다. 지메일 옆에 네이버 지도나 페이스북 아이콘을 놓고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개인적으로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는 더 많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검색엔진과 협력하고 공생하는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좋다.”

 -구글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수집한다는 우려가 있다.

 “구글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뢰’다. 구글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돕는다. 더 안전하게, 많이 검색을 할수록 구글의 광고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구글에서는 ‘먼저 사용자를 만족시키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모토 안에서 사업을 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나.

 “사용자에게 자기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메일·유튜브에서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좀 더 최적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검색이나 지도 같은 구글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로그인을 하지 않고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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