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양궁 금 과녁 정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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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거세다. 초속 20~30m를 넘는다.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과녁 위에 꽂힌 깃발도 세차게 펄럭인다. 바람은 시드니올림픽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양궁대표팀이 넘어야 할 마지막 산이다.

그러나 시드니의 강풍도 '신궁' 의 명성을 떨치는 대표선수들 앞에서는 기세를 펴지못할 듯하다.

1984년 LA올림픽 이후 여자 개인전 5연속 제패와 남녀 단체전 동반우승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에게 비책이 있기 때문이다.

◇ 바람의 방향을 분석하라

시드니올림픽을 2개월여 앞둔 지난 7월초 양궁대표팀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시드니 양궁경기장 근처에 사는 유학생 정낙조(35)씨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전자메일을 보내왔다.

코치진은 즉시 답장을 보내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의 방향을 체크해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정씨는 매일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기록한 뒤 선수단에 알렸다. 덕분에 대표팀은 시드니 특유의 변화무쌍한 바람에 대한 분석을 완전히 끝마쳤다.

여자대표팀 장영술 감독은 "현지 기후와 풍향을 꼼꼼히 분석해준 정씨 덕분에 과학적인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고 말했다.

◇ 과녁 오른쪽을 겨냥하라

13일 오후 시드니 올림픽파크의 양궁경기장. 과녁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3시 방향에서 9시 방향으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때로는 5시에서 11시 방향으로 뒷바람이 부는가 하면 시시각각 풍향이 달라져 각국 선수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미 시드니 바람을 분석해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한국 선수들은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과녁을 정면으로 마주볼 때 3시 방향에서 9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이용해 일부러 과녁 오른쪽 끝부분을 노리는 오조준 방법을 몸에 익혔기 때문이다.

거센 바람을 안고 70m 거리에서 지름 8㎝ 크기 10점 구역(골드)을 꿰뚫기란 쉽지 않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정확히 계산한 뒤 오조준을 통해 골드를 노리는 과학적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남자대표팀 서오석 감독은 "바람이 가장 큰 변수지만 착실히 대비해왔으므로 메달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 이라고 말했다.

◇ 현지 경기장 분위기를 익혀라

올림픽선수촌에서 양궁경기장까지는 차량편으로 15분 거리다. 경기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거의 매일 경기장을 찾는 대표팀은 점심식사를 하러 선수촌을 오가는 불편을 덜기 위해 경기장 코앞에 위치한 유학생 정씨의 아파트를 베이스 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한국 음식을 먹고 경기장 주변에서 분위기를 익히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남녀 개인.단체전에 금메달 4개가 걸린 양궁 경기는 오는 17일 여자 개인 64강전을 시작으로 22일까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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