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 기구 "한국 TI 부패지수 48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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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패 정도는 지난 한해동안 약간 개선됐으나 아직도 부패가 만연된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것으로 13일 평가됐다.

국제사회의 부패현황을 감시하는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TI)기구는 이날 본부가 있는 베를린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공개한 2000년도 세계 주요국 부패인지지수(CPI)연례 보고서에서 한국의 CPI가 지난해 3.8에서 금년에는 4.0으로 소폭 향상됐다고 지적했다.

올해로 6번째인 TI 보고서는 또 지난해 조사대상 99개국중 50위였던 한국의 순위가 금년에는 90개국중 폴란드에 이어 48위로 바뀌었으며 자료조사가 가능한 아시아 12개국중에서는 싱가포르(9.1), 홍콩(7.7), 일본(6.4), 대만(5.5) 및 말레이시아(4.8) 다음의 6위에 랭크됐다고 밝혔다.

프랭크 보글 TI부회장은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CPI가 0.2포인트 상승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부패와 관련한 전반적인 추세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고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보글 부회장은 '한국이 최근 수년 사이 시장을 개방, 경쟁압력을 강화하고 규제를 해제하는 등의 조치들을 취했다'고 지적하고 '이 모든 것들이 부패한 체제의 유지를 어렵게 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추세가 긍정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의 기업인, 위험분석가 및 일반 대중이 느끼는 부패의 정도를 지수로 밝히고 있는 TI보고서는 세계에서 부패가 가장 적은 나라로 핀란드(10)를, 그리고 가장 부패한 나라로 나이지리아(1.2)를 선정했다. TI는 핀란드 다음으로 깨끗한 국가로 덴마크(9.8)와 뉴질랜드 및 스웨덴(각각 9.4)을 꼽는 한편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부정부패 혐의가 밝혀짐에 따라 독일의 CPI는 8.0에서 7.6으로 낮아지면서 순위도 14위에서 17위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페터 아이겐 TI회장도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패는 여러가지 형태를 띠는 세계적인 암'이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개도국에서 부패로 정치적 안정과 외국의 투자가 감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겐 회장은 또 대체로 북유럽국가들이 청렴한 반면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이 부패한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부패가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부패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아직 커다란 변화가 없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워싱턴.베를린=연합뉴스) 신기섭.송병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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