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인수, 롯데-GS 2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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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세계그룹이 가전 양판점인 하이마트를 인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간의 하이마트 인수 경쟁은 롯데·GS·신세계의 3파전에서 2파전으로 구도가 바뀌게 됐다. 하이마트 매각을 주관하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설 연휴 직전인 19일과 20일 국내외 기업과 사모투자펀드 10여 곳에 투자안내서를 보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롯데·신세계그룹, GS리테일과 또 다른 유통 기업들이 안내서를 받았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신세계의 임원은 “삼성·LG전자가 자체 유통·판매망을 강화하고 있어 가전 양판 경쟁이 몹시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그룹 내부의 판단”이라며 “하이마트를 사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롯데와 GS리테일은 보다 적극적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기존의 유통업과 물류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너지가 있다고 보고 인수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GS25와 GS수퍼마켓을 운영하는 GS리테일 역시 적정 인수 가격을 산정해 줄 자문사를 구하고 있다.

 다만, 롯데와 GS리테일 모두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다. 선종구(65) 하이마트 회장의 거취다. 지난해 하이마트 경영권을 놓고 최대주주인 유진기업과 2대주주인 선 회장 간에 다툼이 벌어졌을 때, 하이마트 지점장 304명 전부가 선 회장 편에 서서 사직서를 냈다. 이 때문에 롯데와 GS리테일은 혹시 선 회장이 보유 중인 하이마트 지분 17.4%를 매각한 뒤, 대금을 들고 지점장들과 함께 나가 경쟁 가전양판 체인을 차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씨티증권은 중국 가전회사인 하이얼에도 투자안내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 업계에서는 좀체 한국 시장을 뚫지 못하고 있는 하이얼이 유력한 판매망을 갖추려는 목적으로 하이마트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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