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줄었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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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악화된 소득분배 구조가 지표상으로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소득분배 수준을 가늠하는 지니계수나 소득배율(소득수준 상위 20% 소득과 하위 20% 소득의 비율)의 2분기 수치가 1분기보다 낮아져 분배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지표들이 계절적인 현상이며, 앞으로 개선될 전망이 별로 없다고 분석한다.

◇ 소득분배는 나빠진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득수준 상위 20%(5분위)계층과 하위 20%(1분위)계층 소득격차가 1분기 5.56배에서 2분기의 5.28배로 줄어들었다.

또 지니계수(1이면 완전불평등, 0이면 완전평등)도 1분기 0.325에서 2분기에는 0.317로 낮아졌다. 소득분배 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변화다.

그러나 계절적인 요인을 따져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보면 상하위 계층간 소득격차는 5.24배에서 5.28배로 올랐고, 지니계수는 0.311에서 0.317로 높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 2분기에 퇴직금 중간정산 등으로 소득금액이 늘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득격차가 벌어졌다" 며 "지난해 4분기 이후 지니계수 등이 낮아져 전반적인 소득분배구조는 개선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 문형표 재정팀장은 "소득배율이나 지니계수는 계절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며 "보통 2분기로 들어서며 일용.고용직이 늘어나면서 지표들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고 지적했다.

상근직이 아닌 근로자들이 전체의 53%를 차지하면서 이들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 분배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文팀장은 "최근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소득분배가 급격하게 나빠질 이유는 없지만 단기간 내에 외환위기 이전수준으로 소득분배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고 덧붙였다.

◇ 실질 소득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못해=2분기 중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은 월평균 2백33만1천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1백93만9천원으로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의 1백94만7천원에 못미친다.

지표상의 경기호조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도시근로자 가계는 아직도 4년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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