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 심장부서 방송 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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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의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다음 달부터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에서 영어 뉴스를 방송한다.

 CC-TV는 워싱턴 뉴욕 애비뉴에 3만6000평방피트(약 1011평) 규모의 건물을 마련해 방송을 내보낼 준비를 마무리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 송출을 앞두고 이미 미국의 NBC·블룸버그TV·폭스뉴스 출신 등 60여 명의 언론인을 고용했다. 워싱턴 스튜디오의 한 매니저는 워싱턴의 CC-TV 방송센터가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 영국의 공영방송 BBC, 아랍의 위성TV 방송사인 알자지라 등 세계적인 뉴스 방송사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사업은 중국이 ‘G2’로 대표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CC-TV와 신화통신을 글로벌 뉴스 시장의 공급처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2008년 10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직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는 CC-TV,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대표적인 관영 매체들에 국제무대에서 역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었다. CC-TV는 지난주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방송센터를 개설하고 뉴스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CC-TV 워싱턴 방송센터는 일단 2월부터 하루 1시간 분량의 뉴스를 자체 제작해 방송할 예정이며, 올여름부터는 4시간으로 분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워싱턴 외에 마이매미·시카고·휴스턴·샌프란시스코와 캐나다 토론토 등 주요 도시에서 방송 리포터를 채용하고 있다. 또 남미지역에 특파원을 배치하고 있다.

 문제는 CC-TV 워싱턴 방송센터가 중국 공산당의 통제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다. 걸프지역 국가들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알자지라 아메리카가 2006년 미국 전역을 무대로 영어 방송을 시작했지만 뉴스의 신뢰성을 의심받아 별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CC-TV 워싱턴 방송센터 측은 워싱턴 포스트가 보낸 e-메일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워싱턴에서 제작되는 뉴스의 경우 완전한 편집권을 갖는다”며 “정확성을 바탕으로 뉴스의 신뢰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수석고문으로 위촉된 짐 로리 전 NBC·ABC 방송기자는 중국 국내 방송에 비해 더 많은 언론자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국 당국이 논의 중이라고도 전했다. 하지만 CC-TV 워싱턴 방송센터의 설립 목적이 미국 등 서방이 아닌 중국의 시각에서 세계의 뉴스를 전달하는 데 있는 만큼 까다로운 미국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을지 방송 전문가들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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