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흑룡처럼 비상하는 학교를 꿈꾸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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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소정]

‘가르치는 일은 그들의 영혼을 훔쳐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학생들의 맑고 젊은 영혼을 통해 삶의 보람과 내일의 희망을 열었으니 이보다 더 값진 일이 무어랴!

 요즘 학교 현장은 학교폭력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관계기관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고 머리를 짜내고 있다. 언젠가 직원회의에서 “학생 개개인은 모두 믿어야 하지만 전체 학생을 믿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으로 한 말이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 체제인데 일부 학생들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심한 일탈 행위를 저질러도 퇴학이나 전학 등의 강제적 방법을 동원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물론 그런 물리적인 방법들이 근본적인 해결의 방법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중학교 교육이 가장 힘이 든다고 한다.

 정(情) 문화 속에 익숙한 교사들은 교육현장이 힘들더라도 학생을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이끌어 주고자 노력하지만 현재의 중학교 상황은 의외로 어려운 형편이다.

 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아이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학생들의 생활지도 전반을 단지 학교에만 그 책임과 의무를 떠 넘긴다는 것은 큰 무리라 생각한다. 원인이야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갈수록 흉폭화되고 다양하게 진화하는 현실적인 생활지도의 문제들을 수학 공식 풀어내듯 정형화된 해결방안이 있을리 만무하다. 십인십색이라고 했던가? 각각의 개인적 환경과 성격, 느낌의 강도, 각각의 사안의 특성들이 다 다르니 말이다.

올해 명예퇴직 희망 교사가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 대비 44%나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다.

더 이상 교육을 포기하려는 교사가 없도록 하루 빨리 국가와 사회, 학부모가 함께 유기적으로 학교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사랑하는 우리의 제자들이여!

우리 모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친구를 나와 동일시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 갑시다. 남을 좋아하면 내가 즐겁고, 남을 사랑하면 내가 기쁘고, 남을 이해하면 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이 모두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랍니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남으로부터 내가 사랑받는 길이고, 내가 남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출발점입니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열등감을 갖지 않고, 현재에 만족할 줄 아는 것입니다.

힘들어하는 교육동료들이시여!

교육은 가장 보편적사고(普遍的思考)에서 출발한 순리(順理)와 상식(常式)의 결정체(結晶體)라고 했습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럴까?”라고 했던 생각들은 이미 기원 전 사람들부터 했던 걱정 이었습니다. 꿀벌은 몸통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는 제대로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꿀벌은 자기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당연히 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날갯짓을 함으로써 정말로 잘 난답니다. 우리 교사들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올곧은 사람 만드는 일에 전력을 다해봅시다.

자녀 걱정 하는 학부모님들!

저는 개인적으로 가을산을 아주 사랑합니다. 단풍의 조화에 매료되기 때문입니다. 갖가지 색들이 빚어낸 아름다움! 그 중에 어느 색 한 가지가 없다면 과연 그토록 가을산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 보상 받으려는 마음과 내 자녀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는 과감히 내려놓으십시오.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시는 가벼운 마음의 부모가 되어주시고 또한 무관심 속에서 내버려진 내 자녀를 위해 따듯한 관심으로 돌아 와 주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흑룡의 해에 우리 학교현장도 맘껏 비상하면서 신명나는 학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안성준 온양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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