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 어쩌다 이리됐는지 참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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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에 축하의 말을 전한 뒤 공천에 관해 “투명한 공천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4·11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발(發) 물갈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현역 의원 100명 교체론’까지 나온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현역 지역구 의원 가운데 4명 중 한 명꼴로 총선에 아예 출마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공천안을 내놨다. 여론조사로 ‘교체지수’와 ‘경쟁력’을 평가해 하위 25%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은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황영철 대변인은 “현역 의원은 경선에서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교체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100명 교체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일단 지역구 의원 144명 가운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8명을 제외하면 136명이기 때문에 이 중 25%인 34명이 공천에서 원천 배제된다. 여기에 전체 지역구 245곳 중 20%(49곳)를 차지할 예정인 전략공천 지역으로 현역 의원 지역이 대거 선정되고,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5% 지역과 겹치지 않는다면 많게는 82곳까지 바뀔 수 있다.

 또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8명을 포함해 개방형 국민경선이 실시되는 지역구에서 탈락할 현역 의원까지 포함하면 100명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0명이 교체된다고 감안하면 교체비율은 69.4%에 이른다. 2008년 18대 총선 공천을 앞둔 현역 교체율은 39%, 2004년 17대 총선 현역 교체율은 36.4%였다.

비대위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해 지역구 30%를 여성에게 할당키로 했고 경선 시 가산점도 주기로 했다. 경선에서 본인 득표 수에 비례해 신인과 전·현직 기초의원은 20%, 전·현직 비례대표 국회의원·당협위원장·광역의회의원은 10%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다만 전·현직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기초자치단체장에는 가산점이 없다. 또 전 지역구의 80%인 196곳에선 개방형 국민경선제가 실시되며 선거인단은 국민 80%, 책임당원 20%로 선거구별로 구성된다. 야당 지지자가 약체 후보를 선택하는 ‘역(逆)선택’ 방지를 위해 같은 날 경선을 실시할 것을 야당에 제안한 상태다. 비례대표 공천은 전략 영입(75%)과 국민배심원단(25%)으로 지역구 공천에 앞서 실시하며, 국민배심원단은 전문가 50인과 국민·당원 공모 50인 등 100인으로 구성키로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정당 쇄신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공천”이라며 “시스템 공천이 이뤄진다면 정치 쇄신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한 오찬간담회에서도 공천에 대한 생각을 얘기했다. 그는 “지역구민들이 이름을 들어 기분 나빠지는 사람을 공천하면 선거가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불리하다고 하는 지역도 정말 사람만 잘 발굴해 내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지역이라고 아무나 갖다 놓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고도 했다. 그는 ‘2004년 총선 때와 지금의 심경이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그때 겨우 당 지지율이 좀 올랐는데 어쩌다 이리됐는지 참담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전혀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역구 출마 문제를 질문하는 거라면 지역에 계신 분들과 상의 없이 제가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상황에 따라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출마를 포기하고 비례대표로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종인 비대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이 어느 지역에 출마할 수도 있지만 비례대표 1번 등을 맡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쇄신파가 중앙당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원내 중심 정당을 지향할 것이다. 원내 정당을 추진하는 데는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살펴야 한다. 총선 전에는 쉽지 않을 것 같고 비대위 독단으로 결정하긴 무거운 사안이다.”

 -공천심사위원장은 외부에서 모셔 오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영화배우 출신인 문성근 후보가 2위를 했다.

 “정치 활동도 많이 한 분 아닌가요.”

백일현·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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