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보다 이해찬이 더 불편한 옛 민주당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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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16일 호남 재선인 민주통합당 A의원의 목은 잠겨 있었다. 전날 당 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최고위원과 목청 높여 선거운동을 했던 탓이다. 박 최고위원은 4등에 그쳤다. 한명숙 대표, 문성근 최고위원 등 노무현계 인사들이 1·2등을 휩쓸었다. A의원은 “문 최고위원이 대표 안 된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며 씁쓸해 했다.

 ‘한명숙 체제’ 출범으로 노무현계의 전면 등장을 경계하는 기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지도부 첫날 회의에서부터 그랬다. 지도부 내 유일한 호남 출신인 박 최고위원은 “저는 김대중 대통령 노선과 이념이 계승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며 “당도 예외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평소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합쳐져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과는 달랐다. 이날 박 최고위원의 발언은 당이 친노(親盧·친노무현) 일변도로 가선 안 된다는 말로 해석됐다. 공천과정에서의 호남 소외를 우려한 거란 분석도 나왔다. 전당대회에서 유선호·주승용·이윤석·김학재 의원 등 주로 호남 출신 의원들이 박 최고위원을 도왔다. 당 관계자는 “ 주로 호남권·구민주계 인사들의 경계 기류가 강하다”며 “그런 생각을 가진 의원이 2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김대중 노선’과의 작별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새천년민주당에서 분당해 탄핵 바람을 타고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꺾었다.

 한 대표에 대한 이들의 심정적 거부감은 그래도 덜한 편이다. 정작 이들의 시선이 몰리는 곳은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상임고문이다. 이 고문이 한 대표의 정치적 후원자를 자처했던 만큼 당무에 개입하려 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희망 2012’ 소속 한 의원은 “이 고문은 통합과정에서도 민주당을 끊임없이 구악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2004년 열린우리당 총선을 사실상 지휘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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