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ing/異-Merging〉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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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익대 앞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Emerging/異-Merging〉전은 제목 그대로 '떠오르는' 20대 작가 3명의 개인전이다. 10월15일까지.

각각 국내·유럽·미국에서 수학한 강영민(1층 차고갤러리)·김연신(3층 메인 갤러리)·진홍(2층 프로젝트 갤러리)씨가 인간사의 사적인 측면들과 간과되기 쉬운 일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강영민은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틈새를 파고드는 화가이자 캐릭터 디자이너. 그동안 방화소년 밤돌이·다다다다·배고픈 돼지·미스터 하우디·이불맨·베개소년 등 자신이 만든 캐릭터들을 회화·벽화·만화·애니메이션·웹아트 등으로 전시해왔다.

이번에는 실제 크기의 캐릭터 인형을 이용한 설치작품 '이제 왔어?-서늘한 미인'을 선보인다.

갤러리 한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다 반가운 듯 살며시 얼굴을 드는 '서늘한 미인'은 관객을 어린시절의 향수로 유도한다.

김연신은 독일·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아프리카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환경을 경험한 작가.

이번 국내 데뷔전에서는 사회와 인간, 인간과 인간의 상호관계, 반복적 일상생활에 대한 통찰을 내보인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식물을 소재로 한 콜라주 작업,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통해 상업적 경향에 밀려 잊혀져가는 의미들을 생각하게 하는 사진 등을 보여준다.

작가 자신이 주인공 캐릭터로 분장하고 프랑스 학교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재현하고 있는 만화작업도 눈길을 끈다.

진홍은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수학하면서 미국과 프랑스의 여러 지역에서 실험적 작업을 발표해 온 작가. 이번에는 슬라이드 영사와 음향장치를 이용해 가족의 일상사를 내러티브화한 설치 작업을 내놨다.

쌀로 만든 침대 위에 잠옷을 입은 부모님의 이미지가 투사된다. 관객들은 이미지를 보면서 그들이 나누는 은밀한 대화를 엿듣게 된다.

비밀스럽고 접근이 어려운 부모님의 침실 이야기, 부부관계 이야기,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에서 배제되는 금기적 이야기들이 어린 시절의 '관음증적 호기심'을 환기시킨다.

캐릭터·사운드와 슬라이드 설치·만화·페인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번 전시는 신세대 작가들의 관심방향과 이들의 섬세한 감수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다. 3142-16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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