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 줄기세포로 연골 재생, 관절 통증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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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관절내시경으로 관절염 환자의 연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관절염은 족쇄 같은 질환이다. 주로 무릎에 발생한다. 뼈와 뼈의 완충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거나 찢어져 통증이 발생한다. 증상이 심하면 걷지 못해 인공관절을 이식해야 한다. 관절염의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초·중기 관절염의 치료효과를 높인 줄기세포 치료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했다.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환자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 치료법은 기존 치료법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관절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무릎 뻣뻣하고 열 나면 관절염 초기 증세

무릎 관절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축구·농구·스키 등 무릎을 많이 사용하는 격렬한 운동을 즐기면 발생할 수 있다. 교통사고 같은 외상으로 연골이 망가지기도 한다. 연세사랑병원 김용찬 원장은 “관절염의 가장 큰 원인은 연골을 많이 사용해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이라며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늘고 있는 질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5세 이상 성인의 약 23%는 관절염이 있었다. 만성병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65세 이상은 10명 중 8명이 퇴행성 관절염인 것으로 보고된다.

 김용찬 원장은 “관절염 초기에는 무릎이 뻣뻣하고, 약간의 통증을 동반하며 열이 난다”며 “증상이 악화하면 조금만 걸어도 시큰거리면서 붓고, 이런 증상은 계단을 내려갈 때 심하다”고 덧붙였다.

 퇴행성 관절염을 방치하는 것은 걷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고용곤 원장은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연골이 다 닳아 관절이 변형돼 다리가 휜다”고 말했다.

연골 많이 손상되면 인공관절 이식

무릎 연골은 찢어지거나 닳아도 통증이 없다. 관절염으로 아픈 것은 무릎 뼈가 부딪치기 때문이다. 손상된 연골은 스스로 치유되지 않는다. 따라서 증세가 나타나면 신속하게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염증이 있는 초기 관절염은 소염진통제 등 약물과 운동요법으로 치료한다.

 조금 더 진행된 초·중기 관절염부터는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우선 혈액에서 혈소판만 분리해 주사하는 PRP주사가 있다. 혈소판에는 세포 성장인자가 있어서 연골의 파괴를 막고 합성을 촉진한다.

 손상된 연골을 건강한 연골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다. 연골재생술이라고 하는데 크게 미세천공술·자가연골이식술·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 세 가지가 있다.

 미세천공술은 무릎관절의 손상 부위가 1㎠ 이하로 작을 때 적용한다. 김용찬 원장은 “연골 밑의 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고 그곳에서 나온 혈액 성분을 연골로 분화시켜 손상된 연골 부위를 덮는다”고 말했다.

 연골 손상 부위가 1~4㎠면 다른 관절 부위에서 건강한 연골을 떼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연골이식술을 한다. 그러나 연골을 떼어낸 부위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연골 손상 부위가 4㎠ 이상이면 환자의 연골세포를 추출·배양해 손상된 연골에 이식하는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을 한다. 고용곤 원장은 “하지만 재생된 연골의 강도와 내구성이 정상 연골에 비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수술 6주 후면 일상생활 가능

연골이 많이 손상된 관절염 환자는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이식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염으로 O자형 다리가 됐거나 통증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 때 받는다. 인공관절의 수명은 15~20년이다. 하지만 큰 수술이어서 환자 부담이 크다.

 최근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초·중기 관절염을 치료해 인공관절 수술까지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는 치료가 소개됐다. 김용찬 원장은 “환자의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로 관절염을 치료하는 자가골수줄기세포연골재생술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자가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 치료 과정은 이렇다. 우선 환자의 엉덩이뼈나 대퇴골두에서 골수 60~120㏄를 채취한다. 이 골수를 특수 키트에 넣고 원심분리기로 농축·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연골 재생을 돕는 줄기세포·성장인자·단핵세포를 수집한다. 이것을 인체에 무해한 의약품과 배합해 젤리처럼 만들어 환자의 손상된 연골 부위에 관절내시경이나 주사로 주입해 덮어준다. 시술 시간은 약 두 시간 정도다.

 고용곤 원장은 “손상된 연골 크기가 2~10㎠일 때 연골조직 재생효과가 있다”며 “이식된 연골은 부작용이 없고, 본래 연골 기능의 70~80%까지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김용찬 원장은 “줄기세포연골재생술 대상은 외상이나 노화로 연골이 손상된 15~50세 환자”라며 “수술 약 6주 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류머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암 환자는 이 시술을 받을 수 없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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