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운스〉등 하라다 마사토의 영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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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국내에서도 낯익은 인물.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초대된 바 있으며 그의 영화가 각종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적 있기 때문이다.〈바운스〉와〈가미가제 택시〉등이 하라다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만하다.

흥행보다, 사회적 논쟁거리가 될만한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하라다 감독의 영화들이 곧 국내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문화 개방의 덕을 입어 극장개봉이 가능해진 것이다.

〈바운스〉등 하라다 감독의 영화는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보자면 흥행성이 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치열하고 예리한 문제의식을 지닌 영화감독이라는 점에선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다.

〈바운스〉(원제는〈바운스 코갸르〉)는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10대 소녀들에 카메라를 들이댄 작품이다. 영화〈바운스〉에서 여고생 준코와 라쿠는 늘상 바쁘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시내로 달려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것. 이들은 리사라는 친구를 만나는데 그녀는 미국으로 떠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돈을 모아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는 리사는 건달들에게 돈을 모두 강탈당한다. 그리고 라쿠는 리사를 돕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일본에서〈바운스〉는 "매춘 현장에 뛰어든 10대 소녀들의 순수한 감성을 보여준 수작"이라는 평을 들었다. 영화에서 하라다 감독은 원조교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흔히 일본 사회에서 여고생들의 원조교제가 '일탈'로 이해된다면, 감독은 친구들 사이의 우정을 위한 행동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현직 야쿠자가 알고 보니 운동권 출신이라는 설정 등 영화〈바운스〉엔 일본사회를 바라보는 하라다 감독의 냉철한 시선이 담겨있다.

그는 철저하게 과거 학생운동을 체험한 이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영화를 사고하는 감독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하라다 감독은 자신의 입장을 딱히 견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1960년대 이후 일본에서 실험적이고 사회적인 발언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던 오시마 나기사, 요시다 요시시게의 영향권 하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라다 마사토는 원래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던 인물.〈할리우드 영화특급〉등의 저서를 통해 주로 미국 장르영화에 대해 평을 한 바 있다.〈안녕, 영화의 친구여〉라는 작품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첫발을 딛은 하라다 감독은 이후 활발하게 영화연출을 해왔다.

〈가미가제 택시〉역시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영화. 해외에서 오랜동안 생활한 뒤 택시 운전사가 된 한 남성, 그리고 초보 야쿠자가 엮어 나가는 로드무비다. 보스의 집에서 돈을 훔쳐 달아난 타츠오는 택시를 잡아탄다. 운전사 간다케와 다츠오는 처음엔 서로 경계하지만 점차 친밀한 관계가 된다. 간다케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탓에 일본어도 서투르고 지리에도 어둡다. 이들을 뒤따른 야쿠자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우나기〉등으로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야쿠쇼 코지 주연의〈가미가제 택시〉로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일본에서 흥행과 비평,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하라다 감독은 평소 일본에 대해, 그리고 일본영화에 대해 '삐딱한' 발언을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가미가제 택시〉에서도 감독은 일본의 세계대전 참전과 여성문제 등을 녹여내면서 극의 코믹함과 균형추를 맞추고 있다.

하라다 감독의 영화를 보면 이와이 슈운지 감독 등 최근 일본에서 각광받는 감독들 작품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영화 자체가 투박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청춘영화에서 야쿠자영화, 그리고 스릴러 등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장르영화를 만들면서 감독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투영하는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하라다 감독은 평가할만하다.

어쩌면 그는 가볍고 발랄함이 최대의 미덕이 되는 최근 영화계에서, 일본 평자들의 평가대로, "진짜 아웃사이더"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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