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기] '건설 부양' 안한다더니…

중앙일보

입력

"예전같이 세제나 자금지원을 이용한 건설경기 부양은 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인위적으로 수요를 늘리는 방식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10여일 전 진념(陳稔)재정경제부 장관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의 발언은 단호했고, 입장은 강경해 보였다.

그러나 30일 발표된 '건설업 경쟁력 강화방안' 에는 양도세를 깎아주고, 신용보증기관의 공사대금 담보 특례보증한도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세제와 금융지원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진념 경제팀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건설업 강화방안은 陳장관 스스로 밝혔던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건설업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이나 陳장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건설업 대책을 직접 챙겼다는 점도 충분히 반영됐을 것이다.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관계부처가 세제지원 요청을 했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며 "양도세를 완전 면제할 경우 형평성이 깨지는 점을 감안, 양도세율을 10%로 낮춰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기대만큼 효과가 있을지부터가 미지수다.

H건설의 한 임원은 "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이번 부양책은 부실 건설사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며 "이번 대책이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건설업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고 평가했다.

30일 주식시장에서 건설업지수가 1.55포인트 하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재경부는 1998년 5월에도 신규 분양주택을 사면 그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지난해 말부터 시행을 중단한 전례도 마음에 걸린다.

가을 정기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통과되면 재경부 장관은 경제부총리로 승격된다.

이번 대책으로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경제팀의 수장으로 개혁을 마무리해야 할 陳장관의 신뢰도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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