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인상폭 줄여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30일 발표한 유류 가격 개편안은 휘발유 가격과 비교해 절반 또는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가격을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가격조정 폭이나 시기가 당초 정부 방침에서 대폭 후퇴했고, 그나마 시행과정에서 이해가 직결된 계층이나 기업들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얼마나 오르나〓8월 현재 수송용 휘발유.경유.LPG 상대 가격 비율은 100:49:28이다.

휘발유 가격은 그대로 놔두고 2002년까지 1차로 가격 비율을 100:60:47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국제 유가 동향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다면 경유와 LPG 가격도 계획보다는 덜 오르게 마련이다.

2002년까지 1단계 인상이 완료된 뒤 2003년부터는 2~3년간에 걸쳐 최종 상대 가격 비율이 100:75:60으로까지 조정된다.

이럴 경우 경유와 LPG가격은 ℓ당 9백74원과 7백79원까지 뛴다.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2002년 이후에 결정키로 했다.

가정용과 산업용 유류는 2002년까지 거의 손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으며 가정용 유류 중 등유와 산업용 유류 중 중유를 약간 올리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 손해 계층 보상과 문제점〓정부는 이번 에너지 가격개편으로 세수 증대분이 4조~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4조원 가량을 장애인 계층과 택시.버스 등 업계에 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면세 방안을 주장하고 있으나 보조금 지급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장애인 계층에는 평소에 쓰는 차량 연료값을 평균적으로 계산해 정액으로 지급하든지, 아니면 개인별로 차량 연료 쿠폰을 만들어 지급하는 등 다양한 보상 방법을 강구 중이다.

어떤 방법이 되든 장애인 등에게는 평균 연료비용을 다소 초과한 '플러스 알파' 를 얹어주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택시.버스.트럭 등 운수업계에는 인상분을 지방 주행세에 포함시킨 뒤 지방자치단체별로 인상분을 전액 보조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협회 등 이해 당사자들은 보조금보다 면세 방안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인상폭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상대적으로 소폭 인상' 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미 "1차로 가격인상을 반대하고 그럼에도 가격을 인상할 경우는 그에 상응하는 택시요금 인상" 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여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정안은 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100(휘발유): 70~80(경유): 55~65(LPG) 수준과 너무 동떨어진 것" 이라며 "더욱이 큰 폭의 최종 인상은 다음 정권이 들어서는 2003년 이후로 미룸으로써 여론을 너무 의식하고 정치적 고려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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