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전 무너졌던 두가교, V자 나래 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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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집중호우 때 무너진 섬진강 두가교가 다시 놓였다. 예전보다 교량 상판이 더 높아지고 외관도 멋져졌다. [프리랜서 오종찬]

2010년 8월 17일 오후 전남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가정마을 입구.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두가교(杜柯橋)가 집중호우로 물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휴지조각처럼 찌그러졌다.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정마을과 강 건너편의 곡성군 오곡면 송정리를 잇는 두가교가 설치된 것은 1981년. 그 전에는 곡성읍이나 외지로 가려면 나룻배를 타고 송정리로 가야 했다. 마을 앞 강이 U자 모양으로 굽어 큰비가 오면 급류에 마을이 고립되고 인명 피해가 났다. 1979년 홍수 때는 나룻배로 강을 건너던 주민 6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년 뒤 곡성군이 길이 168.3m, 폭 2.75m의 현수교(懸垂橋)인 두가교를 만들었다.

 두가교는 섬진강의 드라이브 코스에 위치, 관광 소득 증대에도 효자 노릇을 했다. 특히 2005년 다리 옆에 증기기관차를 테마로 한 ‘섬진강 기차마을’의 종착역이 세워지면서 관광명소가 됐다. 가정마을에 있는 청소년야영장·농촌체험활동장과 자전거 하이킹, 섬진강 천문대 등도 이 다리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가정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오영식(60)씨는 “두가교가 없어진 후 식당 매출이 절반으로 줄고, 잠수교가 비가 조금만 와도 물에 잠기는 바람에 읍내에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 두가교가 놓여 가정마을의 30가구 67명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됐다. 침체됐던 지역 관광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곡성군은 지난해 3월 착공한 새 두가교를 완공해 30일께 개통한다고 10일 밝혔다.

 새 두가교는 46억4100만원을 들여 길이 200m, 폭 3m의 현수교로 지었다. 호우 때 섬진강 수위 상승에 대비해 교량 상판의 높이를 16.1m로 종전보다 4m 높였다. 양홍석(55) 곡성군 건설팀장은 “다리를 지탱하는 주 케이블을 주탑(柱塔)과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결합하는 3차원 케이블 방식을 적용, 바람에 의한 진동을 최소화시켰다”고 말했다. 외관 또한 주탑을 V자형으로 설계, 대부분의 현수교에 적용된 A자형과 차별화했다. 주탑과 주탑 사이의 경간장이 125m로 전국의 보행용 현수교 중 가장 길다.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박성규(46) 이장은 “두가교 붕괴 후 관광객이 연 5만명에서 2만명 대로 줄었었다”며 “튼튼하고 멋진 다리가 놓여 관광객이 다시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최경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현수교(懸垂橋)=다리의 상판을 교각(橋脚)이 아닌 주탑과 연결된 메인 케이블에 서브 케이블을 달아 지탱하는 방식의 다리. 양쪽 탑 사이에 교각을 놓지 못할 정도로 수심이 깊은 곳에 주로 시공된다. 공중에 떠 있는 형태여서 강한 바람이나 홍수 등에 취약하지만, 지진에 대한 안전성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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