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침체됐는데 부동산 투자 늘어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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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부동산 투자트렌드가 바뀌는 징후인가.

직접 집을 사고 상가 등 수익형에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및 운영관리에 노하우가 많은 부동산펀드에 돈을 묻는 간접부동산투자가 활발하다.

경기가 나빠 마땅한 투자상품 구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돈을 이자가 싼 은행에 넣어두기에는 아까워 안정적이면서 은행보다 높은 수익율이 기대되는 간접 투자상품쪽에 관심들이 높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10일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공모+사모)의 설정액이 지난 5일 기준 13조228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2008년 9월 금융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7조원 남짓에 불과했지만 2010년 12월 11조원, 지난해 7월 12조원, 12월 13조원을 넘으려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사모펀드가 주도했다. 지난해 초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사모형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이달 5일 12조9000억원에 육박해 1년 만에 30% 급증했다.

사모펀드는 오피스 투자가 많다. 예컨대 ‘미래에셋맵스NH사모부동산 1’(3351억원)은 서울 역삼동 캐피탈타워에 투자했고, ‘삼성사모부동산투자신탁 1’(2900억원)은 여의도 동양증권 빌딩 등에 자금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각한테 투자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업계는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사상 최대로 늘어난데 대해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주택시장이 침체돼 전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고급 오피스나 도심 오피스텔, 비즈니스호텔 등 일부 수익형 부동산은 7~8%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투자자문업체인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주택은 사고파는 시점의 시세차익이 중요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은 일정 기간 얼마나 수익률이 나오느냐가 투자의 관건”이라며 “도심의 주요 오피스 가운데 8% 정도 수익률을 기록하는 곳이 기관이나 외국인의 주요 투자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웰에셋 이영진 부동산연구소장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에서 일정 수익률이 보장되는 수익형 부동산을 찾아달라는 문의가 많다”며 “투자할 만한 적당한 매물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 양극화 전망

실제로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은 최근 투자 임대 수익률이 5% 대로 떨어진 곳이 많은 게 현실이다. 오피스 시장도 낙관적이진 않다.

부동산투자기업인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의 경우 오피스 공급은 70만㎡로 예정돼 있는 반면 새로운 수요는 25.5만㎡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공실률은 올해 말까지 2%포인트 높아진 7%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전체 시장이 위축되는 것보다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알투코리아 김태호 이사는 “서울에서도 외곽지역의 중소형 오피스는 공실률이 많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서울 도심의 연면적 3만㎡ 전후의 선호도가 높은 오피스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 투자자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최근 도심 비즈니스호텔이나 역세권 오피스텔 등이 펀드나 기관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수요가 꾸준하고 수익률도 안정적이어서 당분간 인기몰이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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