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타고 남한 진격훈련 김정은, 또 김일성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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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가 8일 방영한 기록영화의 첫 부분엔 김정은이 회색말을 타고 달리며 등장한다(위 사진). 이는 항일유격전쟁을 지휘하던 김일성의 ‘백마를 탄 채 만주벌판을 달리는 모습’에서 착안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2010년 ‘근위서울 류경수 제 105 탱크사단’을 방문해 탱크에 들어가는 모습(가운데)과 군용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모습(아래)도 나왔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생일로 알려진 8일 그의 활동상을 담은 기록영화를 처음 방영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낮 12시부터 50분간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란 제목의 영화를 내보냈다. 김정일 사망(지난해 12월 17일)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그와 관련한 기록영화를 방영한 것은 ‘주민 학습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보통 첫 기록영화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일요일 방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주민들에게 김정은 생일을 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에 대한 본격적인 ‘우상화’ 작업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첫 부분엔 김정은이 회색 말을 타고 달리며 등장한다. 항일유격전을 하던 김일성의 이미지와 연결시켜 권력승계의 정통성을 상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승조원 모자를 쓴 김정은이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 탱크사단’을 방문해 탱크를 직접 타고, 미그기 조종석에 앉아 보는 모습도 나왔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편집으로 보인다. 전차가 달리는 길 양쪽으로 부산 등 남한의 주요 지역 명칭이 등장해 남한 진격을 가정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김정은이 평양의 대표적 유원지인 개선청년공원을 방문해 놀이기구인 자이로드롭을 타며 김정일에게 놀이기구를 설명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그가 주민들의 ‘놀거리’도 챙기고 있다는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다. 김정일이 아들에 대해 “천재 중의 천재” “우리 대장은 아는 것이 많아”라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2~3시간만 자면 된다”고 한 발언도 소개됐다.

 그러나 이날 영상을 비롯해 북한 언론매체에는 김정은 생일과 관련된 언급이 없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올해 북한 달력에도 1월 8일이 공휴일 표시가 없다. ‘생일 잔치’ 분위기를 감지할 만한 단서라곤 북한 국경지대에 10일까지 내려진 특별경계조치와 개성공단의 특별근무 자제 요청 정도가 전부다. 익명을 원한 탈북자는 “아직 추도 분위기가 있는 만큼 생일 행사를 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효자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생일 행사를 미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생일은 13년간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아홉 살 생일상을 준비했었다”고 증언한 것을 계기로 1월 8일로 기정사실화됐다. 북한은 김일성(4월 15일), 김정일(2월 16일)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삼고 있다. 특히 김정일이 후계자로 확정(1974년)된 이듬해 그의 생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이를 감안한다면 8일 특이동향이 없었던 것은 김정은의 생일이 다른 날이든가, 아니면 생일잔치 분위기를 내기 어려운 사연이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침 올해 북한 달력엔 평일인 4월 4일(수요일)이 빨간색(공휴일)으로 표시돼 있다. 2009년 생일에 맞춰 후계자로 지명됐고, 4월 5일 로켓 발사는 그 축하 행사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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