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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전망] (11) 복싱

중앙일보

입력

복싱은 새천년 처음 열리는 시드니올림픽에서 24년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겪을 위기에 처했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 예선전에서 모두 9체급에 걸쳐 출전 티켓을 확보했지만 정작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 출동하는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동메달조차 따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복싱은 80년대까지만 해도 격투기 종목 중에서 유도, 레슬링과 함께 `3대 효자 종목'으로 불렸다.

건국이후 처음 참가했던 48년 런던올림픽에서 한수안(플라이급)이 예상을 뒤엎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84년 LA 올림픽에서는 신준섭(미들급)이 금, 안영수(웰터급)는 은, 전칠성(라이트급)은 동메달을 각각 획득했고 안방에서 열린 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 미들급)이 나란히 금, 백현만(헤비급)은 은, 이재혁(페더급)은 동메달을 따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한국이 참가한 12번의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것은 60년 로마올림픽과 72년 뮌헨올림픽,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등 3차례 뿐이었다.

그러나 시드니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이 세계 정상급과 워낙 큰 차이를 보여 메달 전망이 어둡기만 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표선수 대부분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국제경기 경험마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대표팀이 선전을 기대하는 유망주는 플라이급의 김태규(대전대) 1명뿐. 지난 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김태규는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여 대진 운이 좋을 경우 동메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량급에서는 최고참이자 98년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인 임정빈(미들급. 광주 동구청)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임정빈은 최근 체중이 불어 자신의 원래 체급이었던 라이트 미들급에서 미들급으로 한 체급 상향 조정했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오인석 대표팀 감독은 "경제 성장속에 복싱의 저변이 급격히 약화돼 대표선수들의 기량이 80년대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다"고 설명한 뒤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선수들의 객관적인 기량이 메달권에 미달되는 현실에서 오로지 복싱 강국의 면모를 이어가겠다는 선수들의 투지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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