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박찬호, 22층 아파트 계단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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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화 박찬호는 하체 근력 강화를 위해 요즘 아파트 계단 오르기를 하고 있다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박찬호가 지난해 1월 한화의 미국 하와이 전지훈련에 참가해 불펜 투구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박찬호(39·한화)의 담금질이 시작됐다. 한국프로야구 연착륙을 위한 선택은 ‘생활 속의 훈련’과 ‘컷패스트볼’이다.

 박찬호는 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국내 복귀를 앞둔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처음 뛰는 기쁨과 적응, 한국유소년야구 시스템에 대한 생각들을 적었다. 박찬호는 무엇보다 한국프로야구 첫해 성적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그는 “성적이 잘 나와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 첫째 목표”라고 했다. 성적을 위해 계단을 이용한 하체훈련과 컷패스트볼을 얘기했다.

◆생활 속 트레이닝장은 계단=박찬호는 지난 시즌 뒤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몸의 밸런스를 잡았다. 체력과 근력훈련에 집중했다. 특히 하체의 힘과 밸런스에 더 집중했다. 지금은 끌어올린 체력을 스프링캠프 전까지 적절히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집을 오갈 때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한다. 박찬호는 “집이 아파트 22층인데 계단을 이용한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 5분 정도 걸리는데 좋은 하체 훈련이 된다”고 말했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유용한 트레이닝 방법 중 하나다. 계단을 오를 때 골반을 중심으로 하체에 체중이 실려 근육에 부하를 준다. 허리 뒤쪽 근육과 허벅지 앞쪽 대퇴근, 종아리 근육 단련에 효과가 있다. 반대로 내려갈 때는 허리와 허벅지 뒤쪽, 정강이 근육이 단련된다. 대신 무릎 연골 부상 위험이 있어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건 위험하다. 근력 단련뿐 아니라 심폐운동과 근지구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권태윤(49) R&C스포츠센터 대표는 “계단훈련은 웨이트트레이닝 방법 중 ‘스쿼트(앉았다 일어나는 하체운동법)’와 같은 효과를 얻는다. 계단을 오를 때 쓰는 근육과 스쿼트 시 일어설 때 쓰는 근육이 비슷하다. 박찬호처럼 근력을 정점까지 끌어올린 선수는 평소 훈련으로 근육량 손실을 막아야 하는데 계단훈련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전 국가대표 트레이너 김용일(46) LG 트레이닝 코치도 “계단을 오르면 체중이 한 다리에만 실린다. 투수들이 투구할 때 한 다리로 체중을 버티는 것과 유사하다. 안정된 하체는 투구 밸런스 및 제구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스포츠의학전문의 나영무(50) 솔병원 원장도 “계단을 오를 때 무릎이 구부러진다. 이때 체중을 버티는 근력이 강해진다. 와인드업 시 하체가 체중을 버티게 되는데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메디슨볼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가장 오른쪽 사진). [중앙포토]

 ◆컷패스트볼 업그레이드=박찬호는 “컷패스트볼에 매력을 느꼈고, 계속 연습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굉장히 매력적인 구질”이라고 했다. 박찬호가 스프링캠프 전 야구에 대해, 특히 한 구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 건 이례적이다. 컷패스트볼은 그의 30대 후반을 지탱해 준 구종이다. 필라델피아 시절 제이미 모이어와 라이언 매드슨에게 컷패스트볼을 배웠고, 2010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에게 본격적으로 배웠다. 당시 그는 “은퇴의 기로에서 컷패스트볼을 배웠다. (효과가 좋아) 계속 던지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면서 이듬해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오릭스에서 1승(5패)에 그쳤으나 컷패스트볼은 호평을 받았다.

 컷패스트볼은 국내 무대에서 상당히 유용한 구종이다. 직구에 근접하는 스피드로 날아오다 살짝 꺾이는 커터를 제대로 칠 수 있는 타자가 드물다. 타자가 직구 타이밍으로도, 슬라이더 타이밍으로도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컷패스트볼을 리베라처럼 제1구종으로 삼기는 어렵다. 박찬호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좌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컷패스트볼,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 또는 투심패스트볼의 콤비네이션이다. 이렇게만 되면 커터와 투심 대응력이 낮은 국내 타자들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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