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그리움 - 현정숙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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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현대아트 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리는 현정숙전은 이야기가 있는 꽃그림 전이다.

소재는 쑥부쟁이·민들레·도라지 같은 야생화와 목련·덩굴장미·접시꽃·해바라기처럼 시골집 부근의 꽃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그 꽃에서는 과장된 화려한 색채나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대비가 보이지 않는다.

감정을 제어한 평상심으로 사물을 바라보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달관이라기보다는 '세상은 이런 곳이다'라는 수락의 미학이다. 화폭에 담긴 꽃들은 '힘들지만 나름대로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태고…그리고 꿈-Ⅲ'에서 금간 시멘트 담을 타고 오르는 덩굴장미가 그렇다. 화병에 담긴 꽃무더기들은 '축제' 'Harmony'같은 편안한 이름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 모습을 뽐내기보다는 외롭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풍긴다.

누군가 돌보고 사랑해준다는 믿음이 없는, 절정기를 막 지난 청춘이 느껴지는 것이다. 길가의 꽃과 숲을 그린 '5월 어느날'같은 작품은 현실이 아닌 어떤 장소를 연상시킨다. 구원을 가져다주는 피안의 세계라기보다 이제는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아늑한 곳이다.

작가는 경기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앙문화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번이 세번째 개인전. 02-3467-6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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