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속도 급격히 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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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성장속도는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6%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여전히 높은 성장률이긴 하나 지난해 2분기 이후 올해 1분기(12.8%)까지 4분기째 두자릿수 성장률이 지속된 데 비하면 상승폭이 둔화한 것이다.

상반기 전체로는 11.1%의 성장률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8.2%)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2분기 중 경제성장은 주로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이 주도했으며, 소비나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부문에서는 산업용 기계와 컴퓨터.반도체 등의 국내외 수요가 늘면서 제조업 생산이 16.8%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10.2% 늘었다.

수요면에서 설비투자는 41.3% 증가했으며, 민간소비는 9.0% 늘어났다.

한은은 그러나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전분기 대비 2분기 경제성장률이 1.1%로 1분기의 1.8%에 비해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에 4.1%를 기록한 뒤 줄곧 내림세를 보여왔다.

한은 이성태(李成太)부총재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성장해왔던 경제가 조정국면을 거치고 있다" 면서 "아직까지 경기정점을 지났는지는 판단하기 이르지만 과열조짐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한은은 그러나 수출과 투자 등 실물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하반기 중 급격한 침체국면으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중 경제가 연착륙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일(金俊逸) 한국개발연구원(KDI)거시경제팀장은 "금융.기업 구조조정 부진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면서 "부실을 확실히 털어내는 것만이 우리 경제가 급강하하지 않고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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