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 자동차 회장 주장에 대학 교수가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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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인원감축이 선(善)이냐, 악(惡)이냐. 최근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열린 일본경영자단체연맹(닛게이렌) 세미나에서 이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도요타자동차의 오쿠다 히로시(奧田碩)회장의 '인간 얼굴을 한 시장경제론' 에 대해 요네쿠라 세이치로(米倉誠一郞) 히토쓰바시(一橋)대 교수가 정면 반박한 것.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기업총수는 '고용안정' 을 강조한 반면 교수는 '해고정리' 를 주장, 세미나에 참석한 일본의 원로급 경영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고용안정〓오쿠다는 "경영 잘못으로 잉여인력이 생긴다고 당장 감축하는 것은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셈" 이라며 "정보기술(IT)의 도입으로 고용방식을 유동적인 시스템으로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지나친 감이 있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업은 고용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고용확보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줘야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요네쿠라는 "고용중시와 주주중시 경영은 모순" 이라며 "과잉고용이란 짐을 지고 있는 일본기업들은 인원삭감이 불가피한데도 용기가 없어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고 반박했다.

◇ 인간존중 경영〓오쿠다는 "우리들이 목표로 삼아야 할 사회는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 라며 "자본 논리와 인간존중의 이념이 고차원적으로 연결되는 사회의 실현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요네쿠라는 이에 대해 "일본기업이 정말 인간을 존중해왔는지 의문" 이라며 "잔업은 서비스(공짜)로 시키고 선거때마다 특정정당에 표를 몰아주도록 유도해온 것이 진정한 인간존중 경영인가" 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넘치는 인력을 기업내부에서 마냥 떠안고 있는 것 자체가 인간존중이라고 할 수는 없고, 오히려 빨리 내보내는 것이 더 잘되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 IT의 영향〓오쿠다는 "T혁명으로 새로운 세계가 왔다고 하지만 제조업체의 시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며 "IT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편리한 도구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요네쿠라는 "IT는 현체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기존의 시스템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사회혁명" 이라며 "새로운 비지니스기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국민총생산의 약43%가 정부규제하에 놓여 있지만 미국은 6.9%에 불과하다" 며 "규제완화.시장주의.신사업창조을 더욱 추진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럴 경우 근로자가 독립할 길이 한층 넓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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