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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세대의 내년 재산 운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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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호 23면

연말연시가 되면 50~60대 연령의 ‘5060세대’ 들로부터 새해의 자산 포트폴리오(배분 비율)에 관해 조언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추상적 답변보다는 내 포트폴리오와 투자원칙을 공개하는 게 좋을 듯하다.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정할 때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해 본다.
첫째, 새해에 자신의 신상 변화에 따라 자산 운용 목적을 바꿔야 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퇴직·창업 등이 대표적이다. 나의 경우엔 내년에도 ‘노후 대비’라는 당초의 자산 운용 목적에 별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강창희의 100세 시대 자산관리

둘째, 나이·재산상태·가족상황·자신의 투자성향·운용기간 등 자신의 투자조건에 변화가 없을지 점검해 자산 배분비율을 정해야 한다. 자산 배분비율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사항은 나이다. 나는 60대 중반이라 공격적인 자산 비율을 약간 낮출 생각이다.

셋째, 부동산·금융자산 등 자산시장 환경에 버블이나 공황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지 점검해 봐야 한다. 이 부분은 경제예측이나 시장전략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최근의 남유럽 사태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연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본다. 이 역시 다소 보수적 운용을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리 집의 재산 상황은?
다음으로 연말 현재 자신의 재산상태를 파악해 봐야 한다. 종이 위에 T자를 그려 보자. T자의 왼편에는 보유자산들을 열거하고 자산별로 현재가치를 표시한다. 오른쪽에는 은행이나 신용금고 등에서 빌린 부채를 적는다. 자산은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으로 나뉜다. 실물자산에는 주거용 주택과 토지·가재도구·보석·자동차·골프회원권 등이 있다. 금융자산에는 현금예금·주식·채권·펀드·보험·연금 등이 포함된다. 가령 어느 시점에서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합계를 평가한 금액이 5억원이고, 은행 등에 갚아야 할 돈(상환 잔액)이 3억5000억원이라면 5억원에서 3억5000만원을 뺀 1억5000만원이 순자산, 즉 자기자본에 해당한다.

재산상태가 파악되면 부채를 정리해야 한다. 부채가 생활비 충당용이었다면 생활수준을 낮추는 일이 우선이다. 5060세대가 생활수준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안정된 노후생활을 기대할 수 없다. 만약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위해 빌린 돈이 있다면 차입 금리와 투자수익률의 관계를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정책적인 저금리 자금이라면 모르지만 보통의 차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부채 합계가 총자산의 3분의 2를 넘는다면 일단 위험한 자산구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가정에서는 ‘가장 확실한 투자는 빌린 돈을 갚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부채의 구조조정부터 서둘러야 한다.
 
내년도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재산상태를 파악하면 본격적으로 내년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먼저 결정할 것이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다. 우리나라 가정은 평균적으로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80대 20 정도다. 미국의 35대 65, 일본의 40대 60에 비해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다. 자산 운용의 원칙으로 보나 주택보급률·출산율 등을 감안한 부동산시장의 장기 전망으로 볼 때 문제가 많다. 5060세대라면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을 50대 50 정도로 맞춰 나가야 한다.

다음에는 금융자산 중 공격형 상품과 안정형 상품의 비율을 어떻게 갖고 갈 것인가 정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한두 달 내에 써야 할 자금은 예금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금융자산은 펀드로 보유하고 있다. 주식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해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거기에 신경 쓸 시간이 있으면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직장인은 ‘가장 큰 투자엔진은 자신의 직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나의 금융자산 배분비율은 공격형인 주식형 펀드 50%, 저위험 안정형인 채권형 펀드 40%, 종합자산관리계좌(CMA) 10%의 비율로 돼 있다. 월급이나 보너스 등의 수입이 들어올 때도 이 비율로 나눠 추가 투자를 해 오고 있다.

배분비율을 정할 때는 자신의 나이·재산상태·가족상황·투자성향·투자기간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나의 경우는 나이만을 기준으로 비율을 정한다. 이럴 경우 일반적으로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비율만큼을 공격적인 펀드에, 나머지는 안정적인 펀드에 넣는 게 좋다. 따라서 60대에 들어서 있는 나의 경우에는 주식형 펀드 40%, 채권형 펀드와 CMA를 합쳐 60%가 적정 비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주식형 펀드를 50%로 유지해 왔다.
 
포트폴리오의 유지·관리
이런 방식으로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짠 다음에는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유지·관리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우선 점검기간을 정해야 한다. 기간은 3개월, 6개월, 또는 1년으로 스스로 정하면 된다. 나의 경우에는 6개월에 한 번씩 점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공격적인 주식형 펀드 비중을 지금까지의 비율보다 10%포인트 낮춰 40%로, 채권형 펀드와 CMA는 합쳐서 60%로 정할 생각이다. 예를 들어 6개월이 지난 뒤 점검해 본 결과 그동안 주가가 올라 40%였던 주식형 펀드 비중이 50%로 늘었을 경우에는 늘어난 10%포인트만큼의 주식형 펀드를 팔아서 채권형 펀드·CMA 쪽으로 옮길 것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져 주식형 비중이 줄었을 경우에는 줄어든 만큼의 채권형 펀드·CMA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에는 늘어난 비율만큼의 채권형 펀드나 CMA를 팔아서 줄어든 주식형 쪽으로 옮길 것이다. 6개월마다 원래의 기준 비율로 되돌려 놓겠다는 뜻이다.

물론 이 비율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형 펀드는 하루에도 상당액의 수익이 불어나는 데 비해 채권형 펀드나 CMA는 거의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는 채권형 펀드·CMA를 팔아서 주식형으로 옮기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주가가 오를 때는 한없이 오를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려 애써야 한다. 분산투자의 위력은 주가 하락 국면에서 나타난다.

가격의 변동은 움직임 그 자체가 투자자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투자자는 이러한 가격 변동의 마력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강창희(64)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후 일본 도시샤대학원에서 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73년 증권거래소에 입사한 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ㆍ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를 거쳤다. 이후 은퇴설계 전문가로 변신해 미래에셋그룹 퇴직연금연구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강창희(64)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후 일본 도시샤대학원에서 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73년 증권거래소에 입사한 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ㆍ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를 거쳤다. 이후 은퇴설계 전문가로 변신해 미래에셋그룹 퇴직연금연구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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