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백화점 벌써 가을세일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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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시장의 대표적 패션몰 밀리오레. 지난 4일 밤 좁은 인도 앞까지 쇼핑객들이 밀렸다. 한 무리의 일본인 관광객이 줄서 이 가게 저 가게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 상가 남길현 운영위원은 "손님들은 많지만 직접 물건을 사는 사람은 그전보다 줄었다" 면서 "일본 사람들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도매로 물건을 떼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관광객이 하나 둘 사가는 정도" 라고 말했다.

밀리오레 건너편 의류도매상가쪽도 상황이 비슷하다. 누존.혜양엘리시움.디자이너 클럽 등이 들어선 상가에는 주 고객인 지방 소매상인의 발길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고 시장 관계자가 말했다.

손님이 줄자 동대문.남대문 등 재래시장은 지난달 말부터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다음주에 가을옷 철이 시작되는데 여름옷이 지난해보다 덜 팔리자 30~50%씩 값을 낮춰 재고 처리에 나섰다.

백화점도 경기가 그전 같지 않다며 가을 세일을 걱정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이선대 매니저는 "꾸준히 오르던 매출이 7월 여름세일을 고비로 뚝 떨어졌다" 고 말했다.

○…TV를 비롯, 중소형 냉장고.오디오.비디오.세탁기 등 가전제품 판매도 줄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해 온 TV.세탁기 등의 매기가 최근 눈에 띄게 줄었다" 고 말했다.

LG전자 가전담당자는 "6월 이후 TV와 세탁기 판매량이 전달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고 말했다. 업계는 가을 혼수철과 올림픽 시즌이 다가오면서 판매가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북창동.강남 지역의 유흥업소도 여름휴가철인데다 벤처기업의 퇴조.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손님이 줄고 있다.

서울 역삼동 P룸살롱 金모(50)사장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벤처 경영자나 증시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고객이 많아 방이 비는 날이 거의 없었다" 면서 "그러나 최근 닷컴기업이 어려워지고 주가가 떨어지자 고객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 고 말했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이 많고 추석 연휴 해외여행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8월 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

세중여행사 서동훈 과장은 "현대사태 등으로 하반기 경제를 어둡게 보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7월 하순부터 해외여행 문의가 줄었다" 면서 "예년에는 하루 1백명 정도가 예약했는데 8월 들어선 20~30명 수준" 이라고 말했다.

자유여행사 민경숙 이사는 "예년에는 지금이 성수기인데 올해는 8월에 들면서 해외여행은 거의 파장 분위기" 라며 "여행사가 많이 생긴 탓도 있지만 최근에는 패키지 여행상품의 고객 모집이 되지 않을 정도" 라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지난 5, 6월에는 지난해보다 각각 7만명 정도 늘어난 42만명 정도의 내국인이, 지난 7월에는 97년 7월 수준인 52만명 가량이 출국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대한항공 권욱민 과장은 "휴가철 여행객이 줄어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는 비행기 좌석 예약이 쉬워질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환위기 때 재미를 본 할인점 업계는 6월 이후 손님이 부쩍 늘었다. 할인점은 경기가 나쁠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대표적 업종이다.

E마트 관계자는 6월 이후 손님수가 전월 대비 10%씩 늘고 판매액도 전년대비 두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마트의 경우 5월에는 매출액이 전년대비 84% 신장하는 등 매달 70~80%의 신장률을 보였으나 6월에는 1백12%, 7월에는 1백17%가 더 늘어났다.

또 최근엔 식품 등 생활용품뿐 아니라 할인점에서는 그다지 판매비중이 높지 않았던 의자.받침대 등 내구재부터 속옷.양말.의류 등의 판매비중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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