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북한 주민 "미친것들 알려주겠으면 빨리 알려주지 우리만 손해" 애도보단 살길 걱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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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애도보다 당장 살 길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열린북한방송이 19일 보도했다. 특히 상인들을 중심으로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개인 무역상들이 중국에 주문했던 물품을 취소시키며 물가가 오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19일 중국 연변 지역 소식통은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접한 북한 주민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물품을 수입하는 개인상들은 "꼭 집어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 상품 반환해 달라"고 얘기하는가 하면, "미친것들이 알려주겠으면 빨리 알려줄 것이지 갑자기 알려주면 우리가 손해를 보지 않는가"라며 김정일의 사망으로 장사가 손해날까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도 “북한 주민들은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와 달리 김정일의 사망은 올 것이 왔다는 듯 덤덤하고 침착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나름대로 대비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간부들의 눈치를 보며 눈물도 흘리고 놀라는 척 하지만, 대체로 `벌써 들었어야 할 소식을 너무 늦게 들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날 오전 9시 이후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시장을 폐쇄하고 주민들 5명 이상 모이지 못하도록 포치한 이후, 주민들은 국내 전화로 소식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지금 북한 주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김정일 사망 사실이 아니라 그것 때문에 시장이 폐쇄되고 세관이 막히면 북한 돈의 환율이 떨어지는 동시에 물가는 오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정세로 돌변하는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난의 강강행군` 도저히 못 견뎌 = 한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도 "현재 북한 주민들의 슬픔은 김일성 사망때보다 훨씬 적다"고 보도했다.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북한이 벌인 ‘고난의 행군’(1994~1997)과 ‘고난의 강행군’(1998~2000)을 거치면서 북한 주민들이 정권의 압제와 통제에 대해 면역이 생긴 탓이다.

이 매체는 북한의 주민들이 또다시 `고난의 강강행군`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국정 운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초짜`로 아직은 북 주민들에게 `지도자`로서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후계자인 김정은은 그런 내부의 반체제 경향과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 대남 및 대미 압박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마침 내년(2012년)은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하는 해다. 계획대로 라면 김일성의 생일 4월 15일을 전후해 지금까지 고난의 행군을 거쳐 고생한 북한 주민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대대적으로 벌여야 한다. 그런데 내년은 정치적으로 중국·미국·한국·일본·러시아 등 대부분의 리더십이 교체돼 북한으로서는 어느 나라도 확실한 경제적 지원을 보장할 수 없다. 김정은이 가진 카드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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