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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서 담배 피우시게요? 서울에선 안 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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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혼잡한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실내 흡연 못지않게 극심한 간접흡연 피해를 준다. 예절 차원을 넘어 법으로 금지하는 시대가 온 것은 필연적이다.”(한국금연운동협의회)

 “실내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어디서 피우라는 것이냐. 거리로 내몰린 흡연자를 갈 곳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한국담배소비자협회)

 이르면 내년 서울시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고, 피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입법안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비흡연자의 권리가 커지고, 흡연자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서울시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르면 내년 2월께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를 추진한다. 개정안은 쾌적한 보행 환경의 조성을 위해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보도’와 ‘보행자 전용도로’를 금연장소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어린이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어린이 통학버스’도 금연 장소 대상에 추가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거리 흡연이 금지된다. 일본에서는 2002년부터 지자체별로 조례를 만들면서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간접흡연 피해가 아닌 다른 연유로 금지 여론이 들끓었다. 2001년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서 행인의 담배 불똥에 어린이가 얼굴에 화상을 입으면서다. 이 때문에 지요다구는 조례를 통해 길거리 흡연을 금지했다. 일본에서는 현재 신주쿠(新宿) 등 도쿄 일부 구청과 나고야(名古屋)·삿포로(札幌) 등 40여 지자체가 같은 조례를 만들었다.

 길거리 흡연 금지 움직임에 대해 애연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애연가 단체인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흡연자를 이상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규제가 아닌 공중예절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홍관(53)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길거리에서 당하는 간접흡연의 피해는 비흡연자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지난해 제정된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의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시의회는 지난해 10월 공원·버스정류소·학교 등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서울·청계·광화문광장, 남산·어린이공원 등 시내 주요 공원 20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달부터는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314곳도 금연구역에 포함됐다. 이번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길거리 흡연에 대해서도 계도기간을 거쳐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남재경(50) 서울시의원(한나라당)은 “간접흡연의 폐해가 크고 국민 70% 가까이가 찬성하기 때문에 조례 개정안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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