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이면 현재 가동 중인 원전(原電) 10기가 정기점검을 위해 멈춥니다. 그러면 일본 내 원전 54기가 모두 정지하는 거죠. 일본은 초절전 사회로 전환하게 될 겁니다.”
스즈키 다쓰지로(鈴木達治郞·60·사진) 일본 원자력위원장 대리의 말이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선진화포럼 초청으로 최근 방한했다. 스즈키 위원장 대리는 일본원자력위원회에서 서열 두 번째다. 그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내 원전 44기가 점검 등을 위해 멈춰있다”며 “쉬고 있던 전국의 화력발전소를 총가동해 부족한 전력을 보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전력이 모자라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정책이 바뀌었나.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기로 했다. 당초 전력 공급의 26%를 담당하는 원전 의존도를 2030년에 53%까지 높일 계획이었으나 이를 재논의키로 했다. 최적의 에너지 안배 체계를 다시 설정하자는 취지다.”
-원전 정책 중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가동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원자력 안전을 담당할 원자력안전청(가칭)과 원자력안전심의회(가칭)를 발족해 신뢰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높인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원전 안전 전문 인력은 충분한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자력 전문 인력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우수한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정부의 신뢰가 추락했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게 큰 문제였다. 일본 내부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 원전 관련 정보를 가급적 빠르고 투명하게 제공해 신뢰를 높여가도록 노력하겠다.”
-현재 일본 내 반(反)원전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에선 국민 합의를 도출할 세 가지 정책을 갖고 있다. 우선 반원전파와 친원전파의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적 논의를 전개하고, 원전 위험비용과 재생에너지 도입 가능량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또 국민 논의를 통해 혁신적인 에너지·환경 정책을 펼 계획이다.”
-원전 위험비용을 발전 비용에 포함시킨다는 의미인가.
“논의 중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화력발전 등 다른 에너지원에도 위험비용을 포함시켜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다.”
- ‘사용 후 핵연료’의 독성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나.
“핵종(核種) 변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아직 실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