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統一)한국 수도(首都)를 해주(海州)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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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31면

대한제국이 망한 지 100년, 국토가 남북으로 갈린 지 66년이 넘었다. 우리 민족에게 수치스럽고 지극히 비참한 고난의 시대였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조국의 광복(光復)을, 아버지 세대는 건국과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지금 세대에겐 통일이라는 과업이 남아 있다. 북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건 모두 알고 있다. 따라서 통일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통일이 되면 한국의 수도는 어디가 돼야 할까. 모두가 서울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에 대해 좀 도발적인 주장을 하고 싶다. 황해도 해주(海州)를 수도로 하자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잘사는 형님 격인 한국이 양보해 통일 수도를 해주로 하면 남북 간 격차와 민족화합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낙후된 북한을 개발하고 강력한 북방 정책을 펴는 데 최적의 장소다. 셋째, 서울은 이미 만원이어서 통일 한국의 새로운 정치·경제·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게 중요하다.
일부에선 새로운 수도 건설에 드는 엄청난 건설비용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북한은 모든 토지가 국유여서 보상비 문제가 없다. 더 중요한 건 해주가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춘 이른바 명당이라는 것이다.

백두대간 태백에서 뻗어나온 멸악산맥 줄기가 서해에 이르러 솟구친 수양산 자락, 바다를 바라보며 용이 올랐다는 용담포를 끼고 해주만 깊숙이 자리잡은 터가 해주다. 현대사의 큰 인물인 이승만·안중근·김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해 수륙(水陸) 접근성이 뛰어나고, 영종도 국제공항과도 가깝다. 북한은 교통·에너지 등 산업기반 시설이 매우 취약하지만 해주는 좋은 항구이고 경인 지역과도 가까워 물류지원과 이동이 가능하다.

해주의 서쪽 끝자락이 용연(龍淵)이다. 용연은 한반도와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를 연결하는 최단거리다. 용연과 웨이하이 사이에 황해 해저 터널을 뚫으면 우리의 물류가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를 거쳐서 유럽으로 바로 갈 수 있으므로 물류 유통과 경제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해주는 2007년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해주경제특구로 지정됐고 남포-해주-개성을 잇는 서해안평화경제산업 벨트를 만들기로 합의는 했지만, 그후 진전이 없다. 미국의 경우 동부 지역에 보스턴·뉴욕·필라델피아 그리고 워싱턴의 네 도시가 각자의 특성을 갖고 발달하고 있다. 권력을 좋아하면 워싱턴으로 가고, 돈과 문화를 즐기려면 뉴욕으로, 학문과 예술을 위해선 보스턴으로, 역사와 음악을 배우고 싶다면 필라델피아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수도 베이징은 정치, 상하이는 경제중심지, 시안과 난징은 역사와 문화 도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있다.

서울은 북악산(342m)을 진산(鎭山)으로 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으로 남쪽으로 한강과 관악산을 바라보고 있는 분지형이다. 전형적인 수비 위주의 갇혀 있는 도시 형태다. 그러나 해주는 수양산(946m)이 진산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배산임해(背山臨海)여서 남쪽으로 활짝 큰 바다(황해와 태평양)를 바라보며 용이 솟아오르는, 열린 곳이다. 세계로 향한 진취적 기상이 넘치는 곳이다. 이런 주장이 너무 성급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통일에 대한 희망과 꿈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끊임없이 되새겨 문제를 제기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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