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수사팀 질책 … 조현오 청장, 책임 떠넘기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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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청장

조현오 경찰청장이 10·26 재·보선 날 ‘중앙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사건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27·구속)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지은 수사팀을 질책했다. 하지만 경찰 총수가 수사 실무진과의 이견을 외부로 공개하면서 책임을 떠미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 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김씨가 범행 6일 전 공씨에게 보낸 돈이 디도스 공격 실행자인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강모(25)씨에게 전달된 점, 김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말’ 반응이 나온 점 등을 추가적으로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이 단독범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지휘부가 이 같은 내용을 15일 보도자료에 반영했지만 황운하 수사기획관 등 수사 실무진은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는 기존 결론을 고집해 내부적으로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4일 “김씨의 금전거래 내역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개인 간의 채무관계로 보고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5일에는 “범죄 대가성일 수도 있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는 보도자료를 냈으나 같은 날 오후 브리핑 때 황 기획관은 “대가성 없는 자금”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조 청장은 “문제의 금전거래를 보고받고 ‘검찰에서 이 사실을 밝히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공개하고 가자’고 했는데 수사팀이 대가성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9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뺐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은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이 구체적으로 밝혀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검찰 소환조사 본격화=이 사건을 경찰에서 넘겨받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6일 김씨를 소환해 공씨와 강씨에게 준 1억원이 디도스 공격의 대가인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수사팀은 또 재·보선 전날인 10월 25일 서울 역삼동의 한 술집에서 공씨와 만난 이유, 청와대 박모 행정관 등이 동석한 경위 등도 함께 조사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술자리에서 디도스 관련 얘기는 나오지 않았으며 1억원도 개인적인 금품거래였을 뿐”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억원의 대가성이나 김씨의 디도스 공격 공모 정황이 파악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K사 감사이자 공씨의 친구인 차모(27·구속)씨의 신병도 경찰에서 넘겨받아 조사에 나섰다.

박진석·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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