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조 몬태나, 명예의 전당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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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찬란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가 수여되는 수퍼보울을 네번씩 제패하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쿼터백으로 꼽히는 조 몬태나(샌프란시스코 49ers)가 마침내 프로풋볼(NFL)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또 LA 레이더스 출신으로 라일 알제이도와 더불어 막강 수비진을 구축, 84년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38-9로 대파하며 수퍼보울을 차지하는데 공을 세운 현역배우 하위 롱 역시 몬태나와 같은 날 영예를 나누었다.

특히 이날 선정된 헌액자중 몬태나와 로니 랏·데이브 윌칵스등 3명이 현역 시절 샌프란시코에서 활약한 스타들로 행사장을 완전한 ‘SF의 날’로 만들었으며 롱까지 합할 경우 선수출신 4명 전원이 캘리포니아 구단 출신이다.

나머지 한자리는 피츠버그 스틸러스 구단 사장으로 네번이나 스틸러스를 수퍼보울에서 우승시킨 댄 루니가 뽑혔다. 루니는 특히 댈러스 카우보이스를 두번이나 수퍼보울에서 이겼으며 두 경기 모두 ‘역대 최고의 수퍼보울 명승부’로 꼽히고 있다.

29일 1만8,000명의 역대 최다 방청객이 참석한 가운데 오하이오주 캔튼에서 거행된 2000년 NFL 명예의 전당 헌액식장에서 몬태나는 노란색 양복을 입고 선글래스를 낀채 “오늘의 영광은 내 인생에서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44세의 중년신사 몬태나는 단연 이날의 하일라이트로 관객의 시선을 독점했다. 1m88cm로 쿼터백 치고는 작고 마른편이었던 그는 노트르댐대학 시절 남가주대(USC)와의 라이벌전을 대부분 승리,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지(SI)는 그를 다룬 특집기사에서 “그는 크지 않다. 그는 왜소하다. 또한 강한 어깨를 갖고 있지도 한다. 그러나 그는 쿼터백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라고 평한바 있다.

그러나 당시 전국적인 쿼터백 홍수속에서 ‘그저그런’ 플레이어였다. 초창기 프로 시절, 샌프란시스코가 최하위권에서 맴도는 바람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스탠포드대에서 스카웃되어온 명장 빌 월시 감독의 신임을 바탕으로 82,85,89,90년 거푸 왕좌에 올라 49ers를 ‘80년대의 팀’으로 변모시켰다.

당시 LA 레이더스, 램스에 밀려 변변한 인기 프로팀 하나 보유하고 있지 못하던 북가주 풋볼팬들은 앞을 다투어 미식축구장으로 밀려들었으며 49ers는 이제 몬태나의 활약덕분에 워싱턴 레드스킨스·댈러스 카우보이스·덴버 브롱코스를 능가하는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했다.

배번 16번을 달고 14년동안 샌프란시스코의 캔들스틱 파크 운동장을 누빈 몬태나는 정확한 패스와 두뇌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으며 3번이나 수퍼보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뒤 1년을 쉬고 왼손잡이 후배 스티브 영에게 밀려 방출, 캔자스시티 칩스에서 2년간 활동한후 은퇴했다.

그의 모교 노트르댐대학은 “몬타나의 명성으로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80년대 내내 유망한 고교 선수들의 입학지원이 폭주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이때문에 그의 졸업후 다소 활약이 주춤했던 노트르댐은 루 홀츠 감독의 영도하에 88년 11월 LA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1위결정전에서 홈그라운드의 USC를 27-10으로 꺾고 대학 사상 최다인 통산 13번째 전국챔피언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노트르댐은 현재까지 다시 1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현역시절 지기 싫어하는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던 로니 랏은 USC 디펜시브백 출신으로 79년 미시간대를 누르고 모교에 로즈보울 우승은 물론 내셔널챔피언 영광까지 등극시켜 삽시간에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프로무대에서도 동향 49ers에 입단하며 몬태나와 더불어 맹활약, 대학시절 은사이기도 한 LA 램스(현 세인트루이스 램스)의 잔 로빈슨 감독은 한때 “그 녀석이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내게 칼을 겨누며 뛰는 것이 정말 밉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최대도시임을 자부하는 LA 풋볼팬들은 이날의 시상식을 시청하며 “언제쯤 우리 고향에 프로팀이 생기려나”라고 탄식한뒤 “올시즌도 프로경기 대신 대학팀 USC-UCLA 라이벌전을 보며 풋볼시즌을 때워야 할판”이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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