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루 4500원, 낙엽이 돈벌이 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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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주민들이 9일 대전시 서구 월평동 도로변에 떨어진 낙엽을 자루에 담고 있다. 서구청은 노인들의 소득 창출을 위해 낙엽을 1㎏당 300원에 수매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서구 둔산3동의 한 임대아파트(66㎡)에서 살고 있는 윤기현(68)씨는 해마다 겨울철을 앞두고 생활비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부인(62)과 단 둘이 생활하고 있지만 마땅한 수입원이 없기 때문이다. 구청 등에서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사업도 대부분 10월이면 끝난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생긴 것이다.

 윤씨는 10월 말부터 동네 길거리에서 낙엽 줍기를 시작했다. 평소 자주 만나는 이웃 주민 5∼6명과 함께 길거리로 나섰다. 윤씨는 하루에 4∼5시간 낙엽을 주웠다. 낙엽을 자루에 담아 길거리에 두고 동사무소에 연락하면 동사무소 직원이 구입해갔다. 수매 비용은 1㎏당 300원. 자루 한 개를 채우면 낙엽 무게를 15㎏(4500원)으로 인정했다. 윤씨는 11월말까지 한달 남짓한 기간에 낙엽 줍기로 120만원을 벌었다. 윤씨와 함께 낙엽 줍기에 참가한 주민들도 80만∼1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윤씨는 “올 겨울 지낼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대전 서구지역에서 올 가을 낙엽 줍기로 돈을 번 주민은 모두 394명이다. 이들이 번 돈은 총 2억원이다. 이 가운데 95%는 65세 이상 노인이고, 나머지는 기초생활 수급자 등 저소득층이다.

 대전 서구청은 가을철만 되면 골칫거리가 되는 낙엽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낙엽수매’시책을 도입했다. 노인과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거리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청 측은 1인당 하루 낙엽 수매 한도를 8포대로 제한했다.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수매 비용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낙엽수거는 당초 올해 말까지 지속할 계획이지만 현재 낙엽이 거의 떨어진 상태다. 10월 말부터 지금까지 모은 낙엽량은 700t에 이른다.

 낙엽수거의 파생효과는 또 있다. 낙엽을 담는 데 쓰이는 자루(1만 개)는 도로변에 방치된 폐 현수막 등을 수거해 제작했다. 낙엽과 자루 모두 재활용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낙엽은 매립 등으로 처리했었다. 매립비용만도 연간 2000만원이 들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퇴비로 사용한다. 구청은 낙엽 퇴비화를 위해 서구 괴곡동 밭(1524㎡)을 임대했다. 이곳에서 내년 3월까지 수거한 낙엽을 퇴비로 만든다. 퇴비는 농가에 무료로 공급하거나 구청에서 운영하는 가로수, 화단 등에 화학비료 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박환용 서구청장은 “낙엽 한가지로 일자리 만들기, 환경정화, 낙엽 매립비용 절감, 퇴비생산 등 4∼5가지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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