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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83>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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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내년 3월 26~27일 서울에서 열립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 47명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한국땅을 밟습니다. 100일 정도 남았습니다. 내년 회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핵테러뿐만 아니라, 핵안전 문제도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년 서울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어떤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현택 기자

4가지 키워드 … 핵안보·핵안전·핵군축·핵비확산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 모습. 47개국 정상들은 핵테러 방지, 핵물질 방호, 불법 핵 거래 금지 등을 논의했다. [워싱턴=사진공동취재단]

핵안보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인 핵안보(nuclear security)는 핵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말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안보에 대해 ‘핵물질·방사능물질·관련 시설에 대한 안팎의 위협을 사전에 방지하고, 위협 발생 시 탐지·지연 및 대응 수단으로 저지하며,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일체의 행정적·기술적 조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요컨대 테러범의 핵무기 탈취나 원자력 발전소 테러 등 비국가 행위자에 의한 핵 관련 불법 행위를 포괄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핵안전(nuclear safety)은 평화적 핵 이용 때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막자는 얘기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이라고 보면 된다.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원전이 자연재해나 기술적 장애에 따라 핵폭탄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자는 뜻이 담겨 있다.

평화적 핵(원자력) 이용은 핵군축(nuclear disarmament) 및 핵비확산(nuclear non-proliferation)과 더불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3대 축이기도 하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엔 평화적 핵 이용을 보장하고 그 기술적 지원을 하되, 조약상의 5대 핵보유국(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엔 핵군축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핵군축은 핵 보유 국가들의 핵무기 수를 감축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미국과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합의를 통해 전략 핵탄두 수를 1550기로 감축하기로 한 것은 대표적 예다. 핵비확산은 NPT상의 5개 핵보유국 외의 국가들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3개 NPT 미가입국인 이스라엘(핵탄두 80기 추정), 파키스탄(60기 추정), 인도(60기 추정)는 핵무기 보유국이다. 북한은 NPT를 가입했다 탈퇴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다. NPT를 직접적으로 금 가게 한 나라다. 한·미·일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무함마드 엘바레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은 지난해 3월 “전 세계 핵무기 보유국은 북한을 포함해 9개국”이라고 한 바 있다.

“핵무기 없는 세상” 오바마 제창으로 생겨나

핵안보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은 2001년 미국에서의 9·11 동시다발 테러 때문이다. 테러집단이 핵무기 등의 대량살상무기(WMD)로 테러를 가할 가능성에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됐다. 1998년 알카에다의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사망)은 “핵무기 획득은 이단세력으로부터 무슬림을 보호하기 위한 종교적인 의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핵안보정상회의가 출범하기 전에는 주로 양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 간에 핵안보 논의가 이뤄졌다. 냉전 시기, 두 나라가 다른 나라에 공급했던 고농축우라늄(HEU)을 회수하는 정도의 소극적 논의였다. 이후 2002년부터 주요 8개국(G8) 차원에서 핵안보 논의가 전개됐다. ‘G8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200억 달러(22조6320억원)를 조성해 옛 소련 지역 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해체를 지원해 왔다.

핵안보 논의의 본격적인 시발점은 2009년 4월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체코 프라하 연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안보의 최대 위협은 핵 테러리즘”이라며 “핵무기 없는 세상(nuclear-free world)을 만들자”고 주창했다. 오바마는 “향후 4년 내에 전 세계 모든 취약한 핵물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계기로 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2010년 4월 12~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영국·프랑스·중국 등 47개국과 유럽연합(EU)·유엔·IAEA 등이 참가했다. 미·러 양자, 주요 8개국(G8) 핵안보 논의가 50개 국가로 확대됐다. 당시 백악관은 회의에 대해 “워싱턴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원수가 참석한 자리”라고 자평했다. 이 회의는 워싱턴 코뮈니케(Communique)를 채택했다. ▶HEU 이용 최소화 ▶테러리스트 등의 핵물질 취득 방지를 위한 회원국의 국내 규제 강화 ▶핵안보 강화를 위한 입법조치 및 다자간 협력 메커니즘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워싱턴 코뮈니케와는 별도로 30여 개 회원국은 자발적 공약(National Commitments)을 발표했다. 카자흐스탄·칠레 등은 HEU 보유분 전량 폐기를, 러시아는 플루토늄 신규 생산 중단을 약속했다. 중국은 원론적인 수준의 공약을 발표했다. “핵안보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 “차기 핵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하고, 핵안보 논의의 중심에 서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내년도 핵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한 것은 이 공약과 맞물려 있다. 핵안보 전문가인 매튜 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다자 대화 틀에서 핵안보를 논하는 것보다, 각국이 자발적 공약을 통해 HEU나 플루토늄을 폐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자발적 공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열린 제10차 제주 국제 군축·비확산 회의에서다.

참가국 및 기관 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멕시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네덜란드, 노르웨이, 독일, 러시아, 벨기에,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아르메니아, 영국,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그루지아, 체코, 터키,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알제리,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EU,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매년 200~250건의 방사성 물질 도난·분실

핵안보의 3대 주요 의제는 ▶핵테러 대응 ▶핵물질 불법거래 방지 ▶핵물질·시설 방호다. 핵테러는 2000년대 들어 가시화하고 있다. 올 5월 영국 셸라필드 원전에 5명의 괴한이 침투를 시도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2006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전직 KGB(구 소련 국가보안위원회) 요원이 폴로늄(polonium)으로 독살된 바 있다. 폴로늄은 1898년 퀴리부인이 우라늄 광석에서 발견한 최초의 방사성원소로, 치료목적으로 쓸 수 있으나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핵물질의 불법거래 방지 역시 중요 이슈다. 워싱턴 코뮈니케는 테러집단에 핵무기·방사능 물질 등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각 회원국이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간용으로 사용되는 HEU를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전환하고, HEU 사용을 최소화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IAEA 국제불법거래 자료에 따르면 매년 200~250건의 방사성 물질이 도난·분실되고 있다. 전 세계에 있는 HEU는 1600t, 플루토늄은 500t이다. HEU 25㎏ 또는 플루토늄 8㎏으로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12만 6500개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 “단 0.01%의 HEU라도 테러집단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핵물질 및 시설 방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부각됐다. 테러조직이 원전에 폭탄을 투하하는 등의 테러 행위를 한다면 그 피해는 핵무기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3만~6만 명이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원전 피폭 피해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실화될 것이다. 내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물질 및 시설 방호가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외교안보연구원 전봉근 교수는 “워싱턴 회의에서는 HEU, 플루토늄 등 핵무기용 물질에 관한 ‘핵테러’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면, 서울 회의에서는 방사능 시설에 대한 테러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회의에서는 워싱턴 코뮈니케를 실천 단계로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할 전망이다. 참가국 정상들은 ‘서울 코뮈니케’를 발표한다. ▶HEU와 플루토늄의 안전한 관리 ▶원자력 시설 방호 강화 ▶핵무기 불법거래 방지 ▶방사성 물질 관리 강화 등에 관한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G20 회원국 재계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B20’이 있듯이, 핵안보정상회의 역시 개최 직전인 3월 23~24일 ‘서울 원자력 산업계회의’를 개최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관하는 ‘산업계 핵안보 회의’로 원자력 기자재 CEO 및 연구기관 대표 등 200여 명이 원자력 발전 문제를 논의한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원전 강국 한국의 면모를 세계에 알릴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숫자로 보는 핵안보정상회의

47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가국(2011.12.12 기준). 2010년 워싱턴 회의에는 미국·중국·독일 등 47개국과 유럽연합(EU)·국제원자력기구(IAEA)·유엔 등 3개 국제기구가 참석했다. 내년 대회에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참석해 핵테러리스트 검거를 위한 국제공조가 한층 강화된다.

 47이라는 숫자는 전 세계에 산재한 국제테러집단의 숫자와도 일치한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 외에 일본 독가스의 주범인 옴진리교, 파키스탄 이슬람테러조직 라시카르-에-타이바(LeT) 등이 핵무기 획득에 관심을 가져왔다.

25+4 1987년 미국 연구에 따르면, 핵무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25㎏의 고농축우라늄(HEU)과 4명의 전문가(물리학자·화학자·공학자 등)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미국 등 강대국들이 “단 0.01%의 HEU라도 테러집단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12만 6500 전 세계에 있는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을 모두 무기화했을 경우 만들 수 있는 핵무기 숫자. IAEA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1600t의 HEU와 500t의 플루토늄이 있으며, 이들을 핵무기로 만들면 이론상 12만 6500개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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