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직전까지 웃고 떠들던 女사형수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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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처형 직전까지 웃고 떠들며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먹었던 중국 여자 사형수의 사진이 최근 국내외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죽기 직전까지 아무런 동요가 없을까. 상식을 벗어난 사형수의 행동에 전세계 네티즌들은 의아하기만 했다.

가혹한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그녀의 진실은 무엇일까.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1일(현지시간) 인터넷판 보도를 통해 2003년 2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사형수 허시우링의 사연을 전했다. 눈 앞에 닥친 죽음에 초연한 듯 간수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던 모습이 포착됐던 바로 그 여성이다. 그녀는 흉악한 범죄자라기 보다는 순진한 시골 처녀였고, 공안에 뇌물을 주었다면 처형되지 않았을 지 모른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시우링은 중국 후베이성 시골 마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의 그녀는 파트타임을 하며 어렵게 살았다. 24세가 되던 해 가족과 헤어져 광저우로 가면서 운명을 뒤바꾼 변화가 찾아왔다.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됐는데 나중에서야 그가 마약상임을 깨달은 것이다. 두려웠던 그녀는 이별을 선언했지만 남자 친구는 보석과 휴대 전화를 사주며 환심을 샀다.

그녀는 남자 친구로부터 전자레인지에 헤로인을 숨겨 광저우에서 우안까지 배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런 일은 수 차례 반복됐고 결국 그녀는 공안에 체포됐다. 남자 친구는 이미 줄행랑친 뒤였다.

마약범을 엄벌에 처하는 중국은 2002년 9월 1심에서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감옥 동료들은 "15년 형으로 감형될 것"이라고 말했고, 시우링은 그 말을 믿었다. "마흔살이 되면 이곳을 나갈 수 있다"고 희망을 품었지만, 기대는 보기 좋게 무너져내렸다.

약 9개월 후 사형이 집행됐다. 시우링은 2003년 6월 2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 날은 UN이 정한 `세계마약퇴치의 날`이었다. 시우링은 형 집행 전 부모에게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쓰는 등 나름의 마지막 의식을 행했다.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담아낸 이는 중국의 한 신문사 사진 기자 얀유홍이었다. 얀은 "처형 직전 그녀는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나도 그녀가 편해질 수 있도록 웃어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수감자들끼리 그렇게 좋은 사이로 지내는지 몰랐다. 그들은 범죄자이기 전에 `인간`이었다"며 "그들에겐 나쁜 면도, 좋은 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얀의 사진은 사형 집행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그리고 10여 년이 흐른 최근에야 홍콩의 한 TV가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데일리메일은 "중국 네티즌들도 그녀가 과연 처형 당할 만큼 중죄를 저질렀는 지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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