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얼음 계곡의 신비한 현상

중앙일보

입력

한여름에도 얼음이 얼고 계곡에 들어서면 추위를 느끼는 밀양 얼음골 (경남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천연기념물 2백24호)
의 신비가 벗겨질까.

얼음골에는 부산대 지구과학교육학과 황수진 (黃水鎭.53)
교수팀이 문화재청의 동의를 받아 지난해 10월부터 기온.풍향.일사량.순 (純)
복사량.땅속 온도 등을 측정하기 위한 각종 기기들을 설치해 놓고 있다.

얼음골의 결빙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지하동굴 안의 공기팽창에 의한 냉각설 바위틈 아래쪽의 기화 (氣化)
설내부공기의 대류 (對流)
설 등이 거론돼 왔다.

黃교수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외부 온도가 높아 질수록 얼음이 잘 어는 기화설을 증명해 낼 예정이다.

黃교수는 "절벽의 돌무더기 사이에 나뭇잎이 쌓여 습기를 머금은 층이 있고 여기서 수분이 증발되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아 얼음이 언다" 고 설명하고 있다.

1993년부터 얼음골 관리인으로 근무 중인 김영근 (金榮根.45)
씨는 "비가 잦으면 얼음은 빨리 녹고 맑은 날이 계속되면 얼음은 오래 가는 편" 이라며 기화설을 뒷 받침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97년 6월 일본 쓰쿠바 (筑波)
대 지구과학계 다나카 히로시 (田中博)
교수팀과 부산대 대기과학과 문승의 (文勝義)
교수팀은 대류설에 무게를 두었다.

1주일간 계속된 한.일연구팀은 바위틈 내부의 찬공기가 수차례 오르내리면서 단열팽창에 의해 냉각되는 공기순환 모델을 가설로 정해 연구를 했다. 한.일 연구팀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밀양 천황산 (해발 1천1백m)
자락 해발 4백m지점과 5백m지점 두곳에 있는 얼음골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음력 4월 초순부터 7월 하순까지 바위 틈에 얼음이 언다.

추워지면 얼음이 얼지 않는 신비로운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黃교수는 "얼음골의 신비한 현상에 대해 오랜 기간 관측을 근거로 설명한 적이 없었다" 며 "내년 3월까지 관측과 연구를 계속하며 올 가을쯤 중간 발표를 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