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 나는 청소년 성교육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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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아하방`에서 청소년의 `성`개념 정립을 돕는 영상물 시청 후 각자 소감을 발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 이제 16년 전으로 돌아가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갑니다.”

 “와아~ 푹신푹신해요!” “입구가 왜 이렇게 좁아요?” “자궁이 정말 이렇게 생겼나요?”

 붉은 방 안을 걸어가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지난 6일, 서울 문래중 3학년 학생들은 성교육 체험을 위해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아하센터)를 찾았다. 자궁방에서는 보고 듣고 만지며 자궁에 대한 다양한 느낌을 공유했다. 벽을 5초 정도 누르니 진동이 느껴졌다. 학생들을 인솔한 김희숙 교사는 신기해하는 아이들에게 “실제 엄마 뱃속의 아기도 이런 떨림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은 시청각실인 아하방에서 ‘Sexuality’라는 제목의 영상을 시청했다. 성 정체성이나 연애, 다이어트, 임신과 출산 등 넒은 의미의 ‘성’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다. 각자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하는 시간도 가졌다. 박주영(15)양은 “지금까지 동성애는 안 좋은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다름이 꼭 틀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교육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살이 찐 여자가 예쁘다고 말하는 세상이 올 거에요!” “아담한게 미의 기준이면 좋겠어요.” ‘미래의 미의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쉴 새 없이 의견을 말한다. ‘체험방’에서는 시대별 미의 기준이나 스킨십·피임·성폭력 등을 주제로 다양한 단체활동이 진행됐다.

 ‘스킨십, 어디까지 가능하니?’라는 주제에서는 또래 친구들의 스킨십 관련 고민 사례가 소개됐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가 있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 학생들도 있었다. 피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피임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으로 ‘알자방’에서 지금까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프로그램을 마쳤다.

 오재헌(15)군은 “친구들과 성을 주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오늘 체험한 내용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함께 의견을 주고받고 싶다”고 말했다.

아하센터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교육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센터에서는 각각 따로 교육을 받은 후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서로를 의식해 원활한 수업진행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명화 센터장은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하는 방법을 묻는 부모가 많다”며 “성교육은 마음먹고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관련 이야기가 나왔을 때 연령에 맞춰 대화를 나누면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가 적기”라며 “성교육을 할 땐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키우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Tip 자녀와 성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 주의할 점

-말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말 것.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대화를 회피하게 만든다.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느낄 때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
-사생활을 말하지 않더라도 존중해 줄 것. 한 인격체로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쉽게 마음을 연다.
-일방적인 지시, 명령을 삼갈 것. 부모가 권위로 제압할 경우 자녀의 반감을 사게 된다.
-도덕적인 설교 형식은 피할 것. 일방적인 설교는 자녀가 대화의 문을 닫게 만든다.

<나해진 기자 vatang5@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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