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터넷 나치 사이트 차단 않기로

중앙일보

입력

인종차별선전을 금지하는 세계 최강의 법률을 갖고있는 독일정부가 23일(이하 베를린 현지시간) 국경에 구애받지않는 인터넷에 항복하고 국제 신나치 사이트차단 노력을 포기했음을 시인했다.

독일정부내 인터넷 보안 총책인 브리기트 지프리즈 연방정부 내무차관은 이날 한 서방 통신과의 회견에서 경찰이 비록 웹사이트를 이용한 신 나치주의의 발호와 어린이들에게 포르노 페이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공격적 행위를 계속 감시하겠지만 독일시민들이 외부로 부터 들어오는 웹사이트를 절대 볼 수 없도록 완전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지프리즈차관은 "우익극단주의에 맞서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지프리즈차관은 "웹 페이지의 증대로 이와같은 (신 나치주의) 사이트를 찾아 볼수 있는 기회가 날로 커지고있으며 우리 또한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고있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실제 현실이고 인터넷의 속성이기 때문에 독일만 이런 사이트를 절대 볼 수 없도록 장벽을 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인터넷 사용이 날로 증대되면서 독일인들은 2차대전 이후 금지되고있는 제3제국(나치)시대를 떠 올리는 여러 극단적인 유물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있다.

사실 독일엔 나치마크의 소지나 나치식 경례가 금지되고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 정부가 인터넷으로 인해 어떤 면에서 국법질서유지가 크게 위태로워진 것과 마친가지로 독일에선 인종차별을 추종하는 신 나치주의 금지조치 같은 2차대전 패전이후 제정된 여러 헌법상 안전장치들이 국경너머로 부터 밀려오는 인터넷의 물결에 의해 무너지고있다.

독일정부와 언론의 압력으로 지도급 온라인 서점들은 지난해 독일국내서 판금되고 있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란 책을 독일엔 판매하지 않기로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과 미국등 여러나라의 언론자유로 인해 누구든 이책을 온라인상으로 쉽게 읽어 볼 수 있다

한 프랑스 법정은 올해들어 미국 포털 야후에 대해 제3자가 나치유물을 판매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웹사이트도 프랑스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라는 명령을 내려 지금 소송이 한창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날 지프리즈차관은 프랑스처럼 정부가 인터넷 웹사이트 운용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지프리즈차관은 "우리는 인터넷 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이와같은 일을 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싶지 않다.그와같은 (강경)조치로 대응해서 모든 것을 방지할 수는 없다.이것은 중용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 정부처럼 개인 이메일도 일일히 점검하면서 불법행위를 하고있는지 여부를 체크하고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프리즈차관처럼 독일정부가 인터넷을 통한 신 나치주의의 발호에 신경을 덜 쓰는 근본 원인중의 하나는 전통적으로 독일이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쓰는 나라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프리즈차관은 또 "인터넷을 통한 정보산업발전을 일으켜야 하는 곳이 기업 자신인 만큼 이에대한 보안 책임 또한 기업이 져야한다"면서 인터넷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을 특별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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